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이식위천(以食爲天)’이라는 말이 있다.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뜻이다. 예부터 인간은 건강하고 풍족한 밥상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인의 밥상은 퇴보하고 있다. 시간이나 돈 혹은 ‘건강한 식탁’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저(低)영양, 고(高)나트륨의 부실한 밥을 먹는 것이다.
현대인이 부실한 식사를 하는 주된 원인은 다름 아닌 ‘시간’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분초를 다투며 살다보니 건강한 밥상을 위해 투자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젊은 직장인은 인스턴트 도시락의 핵심 구매층으로 떠올랐다.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을 구매하는 주고객은 20~40대 남성 직장인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객 중 20~30대 남성은 약 22%, 30~40대 남성은 약 44%로 총 66%를 차지했다.
서울의 대표적 오피스 밀집지역 중 하나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36)씨는 "예전보다 확실히 도시락이 많이 팔린다"며 "대부분 혼자 와서 먹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로 30대 남자가 많다"면서 "아마 혼자 식당을 가기 싫으니 간단히 먹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문은지(22·여)씨에 따르면 도시락을 구매한 손님들의 식사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된다. 문씨는 "빠르면 5분 만에 먹고 나가는 손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편의점 도시락이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소비자시민모임이 도시락 전문점,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9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도시락 한 끼로도 최대 2293.7mg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29세 남자의 나트륨 목표섭취량이 하루 2000mg이니 간편 도시락이 나트륨 과다 섭취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필수 미네랄도 부족해 칼슘의 경우 한 끼 권장량의 20%도 못 미치는 제품도 있었다. 우리나라 50대 이상에서 골다공증을 앓는 비율이 여자 35%, 남자 8%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마그네슘, 구리, 철 같은 무기질도 한 끼 권장 섭취량의 3분의 1수준이다.
[위험한 밥상①]‘바쁘다 바빠’ 직장인, 간편 도시락 불티
[위험한 밥상②] 치솟는 밥값 앞에 무기력한 서민
[위험한 밥상③]“그동안 우리가 먹은 건 킬링(killing) 음식”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노태영 수습기자 factpoet@asiae.co.kr
손선희 수습기자 sheeson@asiae.co.kr
이장현 수습기자 inside@asiae.co.kr
유제훈 수습기자 kalamal@asiae.co.kr
최서연 수습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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