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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밥상③]“그동안 우리가 먹은 건 킬링(killing)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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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성 계명대 가정의학과 교수 겸 힐링식품사업단장 인터뷰

서영성 계명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

서영성 계명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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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은 음식을 알려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프랑스 법관 겸 미식평론가 브리야 샤바랭(1755∼1826)은 말했다. 또 있다.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1804~1872)는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다”라며 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은 국적도 직업도 다르지만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먹는 음식이 곧 그 사람이라는 그들의 주장. 사람의 손보다 기계가 만들어낸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21세기 현대인은 과연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까.
시대는 다르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도 ‘음식의 영향력’에 주목하는 한 의사가 있다. 서영성 계명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40)는 본업은 의사지만 평소 요리사 못지않게 레시피(recipe·음식조리법)를 연구한다. 음식이 곧 인간의 근원이고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의 초석이라 믿는 이유에서다.

-현대인 음식 섭취, 가장 문제되는 점이 뭔가.
▲본래 음식이라는 건 정말 다양한 맛과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입맛에 맞는 것만 먹고 또 그에 맞춰 식품을 대량생산한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칼로리만 높고 영양가는 턱없이 낮은 음식을 소비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대량생산 식품, 왜 나쁜가.
▲결국 '음식의 다양성' 문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많은데, 음식을 다양하게 먹지 않으면 이 구성요소를 충족하지 못하고 결국 성인병으로 연결된다. 맛을 내기 위해 특정 원소를 과도하게 사용한 대량생산 즉석식품으로는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기 어렵다. 물론 어쩌다 한 번 먹는 건 상관없다. 다만 너무 자주 먹는 건 아주 심각한 문제다.
-미래 우리 사회에 위협적인 수준인가.
▲이미 우리나라에는 당뇨병, 뇌질환,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금도 병원에 오는 환자들의 2/3가 노인층이다. 환자가 늘고 그들이 점점 나이를 먹으면 의료비용 증가는 당연하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차원에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음식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나.
▲물론이다. 성인병 원인에 음식이 80%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보통 성인병 앓는다고 하면 생활 습관이나 운동, 스트레스 등 조심해야할 것들이 많지만 실제로 가장 핵심적인 건 음식이다.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면 미래 우리사회가 부담할 각종 비용도 훨씬 줄어들 수 있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의식 수준 얼마나 바뀌고 있나. 나아지고 있긴 한 건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음식에서 주로 ‘건강’보다는 ‘맛’을 더 추구하는 것 같다. 방송에서도 맛집 프로그램이 많이 나온다. 식당에서 파는 음식도 대체로 자극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팔리질 않으니까. 최근에야 화학조미료가 주목받으면서 조금 바뀌고 있는 것 같긴 해도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다.

-음식에서 ‘건강’을 추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음식의 ‘기능적인 특성’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실상 맛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개념이다.
그냥 수명 말고 ‘건강 수명’이라는 용어가 있다. 전체 생애주기를 따져보면 해외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 5년 정도 덜 아프다. 당연히 누구나 건강한 상태에서 더 살고 싶지 않겠나. 우리나라는 50대부터 온갖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정작 음식은 맛있는 것만 찾는다. 식재료의 본래 기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는 사람은 개인이든 사회적으로든 별로 없다.
결국 실천의 문제다. 이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조차도 ‘좋은 음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천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인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려면 결국 ‘맛’과 ‘건강 기능성’ 둘 다 만족돼야 한다. 맛없는 걸 건강에 좋다고 매일 먹고 살 순 없지 않나.

-의학 전문가로서 대안을 제시한다면.
▲규격화된 식단을 만들어 알려야한다. 맛이 아니라 영양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힐링 레시피(Healing recipe)'를 챙기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먹던 음식은 '킬링'음식이었다. 이건 정말 장담할 수 있다.

-말했듯이 실천이 참 어렵다.
▲그래서 국가의 경제적 수준이 중요한 것이다. 싸구려 음식만 찾아서는 결코 좋은 음식 먹기 힘들다. 음식에서는 ‘단가’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기에 어느 정도 값을 치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우리 사회가 갖춰야 한다.

[위험한 밥상①]‘바쁘다 바빠’ 직장인, 간편 도시락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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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밥상③]“그동안 우리가 먹은 건 킬링(killing) 음식”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노태영 수습기자 factpoet@asiae.co.kr
손선희 수습기자 sheeson@asiae.co.kr
이장현 수습기자 inside@asiae.co.kr
유제훈 수습기자 kalamal@asiae.co.kr
최서연 수습기자 christine89@asiae.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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