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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월 기념관’ 건립 좌초위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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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사업비 줄어 재검토…친일인사 시비 생기자 ‘제2주기 반야월 추모음악회 및 기공식’도 취소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 구려~”

반야월 작사, 김교성 작곡, 박재홍 노래의 ‘울고 넘는 박달재’의 첫 소절이다. 우리나라 건국 직후인 1948년 소개된 트로트 곡으로 66년째 불리면서 충북 제천을 잘 알리고 있다. ‘박달재하면 제천’이라고 할 만큼 지역을 소재로 한 곡으로 유명하다.
그런 가운데 제천시가 박달재 정상에 짓기로 했던 ‘반야월 기념관’ 건립사업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해진 제천시가 지역을 알리고 우리나라 가요사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적극 추진해온 이 사업이 왜 흔들리는 것일까.

제천시에 따르면 2012년부터 추진해오던 ‘한국가요사 기념관’이 지난해 7월 예산 등의 이유로 규모를 줄여 ‘반야월 기념관’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천시는 당초 제천 홍보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와 한국 가요사를 조명키 위해 43억원(국비 16억원 포함)을 들여 ‘한국가요사 기념관’을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사업비가 10억원(충북도비 5억원 포함)으로 줄면서 가칭 ‘반야월 선생 기념관’이란 명칭으로 바꿔 추진해오던 중 반 선생의 친일행적과 관련, 기념관 건립과 명칭사용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자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이에 따라 8일 열릴 예정인 ‘제2주기 반야월 추모음악회 및 기공식’도 모두 취소됐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최명현 제천시장이 해명에 나섰다. 최근 있은 제천 봉양읍 시정설명회 자리에서다. 그는 “박달재 정상을 한국가요사 요람으로 만든다는 계획엔 변함이 없으나 반야월 개인의 음악사를 조명하는 게 아니라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와 한국가요사를 조망하면서 박달재를 명소화할 기념관 건립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제천시는 기념관 이름과 관련, 우리나라 가요사에서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가 갖는 비중과 박달재의 문화적 가치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명칭과 내용으로 바꿀 예정이다. ‘반야월 선생 기념관’이나 ‘한국가요사 기념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제천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없으나 제천을 널리 알린 반 선생을 기리는 ‘반야월 기념관’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확보된 10억원(도비+시비)에 5억원을 더 보태 반 선생의 유품 350여점과 자료를 전시하는 전시관 정도만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선생(1917년 8월1일(경남 ~ 2012년 3월 26일 : 향년 94세로 별세 )은 경남 마산출신으로 가수로 데뷔한 뒤 5000여곡의 노래말을 만든 작사가로 이름을 날렸다.

한편 제천시는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소재지가 된 백운면 박달재 마루에 1000㎡ 규모의 가요사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가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의 투·융자심사에서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결돼 국비지원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국비로 지으려 했던 녹음실, 수장고, 야외공연장 등을 계획에서 빼고 건축면적도 330㎡로 줄인다는 게 제천시의 청사진이다.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는?
반야월 작사, 김교성 작곡, 박재홍 노래로 1948년 첫선을 보인 대중가요다. 발표 때부터 인기를 끌며 박재홍은 대스타가 됐다. 노래에 담긴 서민적인 정서가 공감을 얻어 지금까지도 애창되고 있다.

이 노래는 제천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경남 마산출신인 반야월이 악극단 지방순회 공연 중 충주에서 제천으로 가는 길에 농부 내외인 듯한 남녀의 이별장면을 우연히 보고 작사한 일화가 있다.

비 오는 날 박달재에서 이별한 뒤 홀로 남은 낭자가 가슴이 터지도록 울면서 소리치는 내용이다. 2절 가사 마지막 부분의 “한사코 우는 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란 노랫말처럼 박달이란 선비와 금봉이의 사연으로 각색돼 구전전설이 됐다.

제천시는 이 전설 속의 인물들을 캐릭터로 마스코트화하기도 했다. 제천시 국도변 박달재휴게소 입구엔 노랫말을 새긴 박달재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KBS의 가요프로그램인 ‘가요무대’가 2005년 방송 20돌을 맞아 가장 많이 불렸던 노래를 조사해 발표했을 때 방송횟수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가사 첫머리에 등장하는 “천등산 박달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박달재가 천등산을 넘는 고개인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천등산은 충북 제천시와 충주시 경계에 있는 산으로 이 산을 넘는 고개이름은 다릿재이다. 박달재는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을 잇는 고개다.

<‘울고 넘는 박달재’ 가사>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 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 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부엉이 우는 산골 나를 두고 가는 님아
돌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 가소
도토리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한사코 우는 구나 박달재에 금봉이야

박달재 하늘 고개 울고 넘는 눈물 고개
돌부리 걷어차며 돌아서는 이별 길아
도라지꽃이 피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금봉아 불러보나 산울림만 외롭구나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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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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