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여자친구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피스토리우스는 기존의 입장대로 살인 및 총기법 위반 등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결백을 주장했다.
절단 장애가 있지만 각종 육상대회에서 일반 육상선수와 겨뤄 세계를 놀라게 한 피스토리우스에 대한 재판이 열린 법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전 세계에서 취재진들과 관계자 등이 몰려 재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남아공 민영 ANN7 방송이 '세기의 재판'이란 제목으로 법원 앞에서 생방송하는 등 현지 방송과 CNN 등 주요 방송들이 새벽부터 법원 앞 곳곳에서 취재 경쟁을 벌이느라 주변 도로가 북새통을 이뤘다. 현지 언론은 재판 취재를 위해 세계 각국의 300여 매체가 몰렸다고 보도했다.
재판에는 피스토리우스의 집으로부터 180m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 주민 미셸 버거가 첫 증인으로 출석해 "피스토리우스가 리바 스틴캄프를 살해한 날 새벽 3시께 여성의 비명소리에 잠을 깼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여성의 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함께 도와달라고 외치는 남성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후 네발의 총성이 연이어 들렸다"면서 "피스토리우스가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버거는 "총성이 멈추자 비명소리도 사라졌다. 그 집에서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했다. 그런 비명소리는 생명에 위협을 받을 때만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는 밸런타인데이인 지난해 2월14일 프리토리아 자택에서 유명 모델인 여자친구 리바 스틴캄프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현장에서 체포되었으나 같은 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피스토리우스는 침실에 딸린 화장실 문 뒤에 침입자가 든 것으로 판단해 총격을 가한 것이라며 고의적인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양다리의 종아리뼈가 없는 기형으로 태어난 피스토리우스는 생후 11개월에 무릎 아래 다리 절단수술을 받은 뒤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을 두 다리에 끼우고 달려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피스토리우스는 2012년 제14회 런던 장애인올림픽대회 육상 남자 400m 계주 금메달과 200m T44(절단 및 기타 장애) 은메달을 땄다.
절단 장애 육상 선수로는 최초로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400m와 1600m 계주에서 일반 선수와 기량을 겨뤘다. 또한 같은 해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유명세를 떨쳤다.
한편 재판에서 여자친구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혐의가 입증되면 그는 최소 25년 이상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재판은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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