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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백남준을 추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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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1965년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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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비디오아트展
'달의 변주곡' 용인서 6월29일까지

중국서 인물판화展
'스펙트럼' 상하이서 내달 13일까지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년)과 그의 작품을 주제로 한 전시가 경기도 용인과 중국 상하이에서 각각 펼쳐진다. 용인에서는 그의 대표작 '달은 가장 오래된 TV'를 모티브로 한 국내외 작가들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백남준의 판화 작품전이 곧 개막된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던 기존 TV 프로그램에 대항해 TV를 창조적 매체로 승화시킨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와 잇닿아 있는 작품들 그리고 백남준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안세권, 서울 뉴타운풍경, 월곡동의 사라지는 빛 I, 2006~2008년.

안세권, 서울 뉴타운풍경, 월곡동의 사라지는 빛 I, 2006~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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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클라르바우트, 일터에서 돌아오다 폭우에 발이 묶인 정유 노동자, 2013년, HD컬러 애니메이션, 무음, 반복.

다비드 클라르바우트, 일터에서 돌아오다 폭우에 발이 묶인 정유 노동자, 2013년, HD컬러 애니메이션, 무음,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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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TV, 시간과 사유'= 백남준 아트센터는 지난달 26일 올해 첫 기획전으로 '달의 변주곡' 전을 개막했다. '달과 시간'이라는 소재를 비디오에 담은 백남준의 작품과 함께 비치된 작품들은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찰나의 순간과 인간의 사유를 담고 있다. 전시의 중심축이 된 작품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이지러지고 채워지는 달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묘사했다. 1965년 뉴욕 보니노 갤러리에 처음 선보인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TV를 또 다른 달로 제시했다. "전자기기가 없던 시절,사람들이 달을 보며 상상을 펼쳤다면 현대에는 TV가 달을 대체해 가공된 이야기와 정보를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상상력을 투사했던 달과 현대의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TV를 연결한 것이다. 아트센터 건물 2층 중앙에 자리한 이 작품의 맞은편에는 백남준이 뉴욕에서 활동했던 당시 스튜디오를 그대로 재현한 '메모라빌리아(기억)'라는 공간이 자리해 눈길을 끈다.

대표작이 설치된 부스 앞뒤로 이번 기획전에 참여한 6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내 작가 중 안규철 작가의 작품 중에는 바닥에 세워둔 여러 개의 거울이 한 방향을 향해 전시장 조명을 반사하고 있다. 한데 모아진 빛은 까만 벽면 위에 달을 띄운다. 실제 달 모양과 너무나 닮아 있다. 안세권 작가는 재개발로 인해 변화하는 서울 월곡동 산동네 풍경과 청계천 고가도로가 해체되고 복개되는 현장을 카메라로 담은 사진작품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준다. 폐허와 같은 공사판 한복판을 찬란한 빛의 풍경으로 변모시키면서 도시개발의 상처를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벨기에 작가인 다비드 클라르바우트의 작품 역시 시간과 인간의 삶이 함께 녹아 있다. 다국적 석유 기업인 쉘에서 일하는 나이지리아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비를 피하려고 교각 아래로 모여 있는 모습이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그냥 보기에는 천천히 촬영한 비디오작품 같지만 25컷의 이미지를 사용해 정지된 시간을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가공한 작품이다. 이채영 큐레이터는 "아무 소리도 없이 느리게 움직이는 이 영상은 기다림의 시간, 아프리카의 빈곤 등 복합적인 사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작가 히라키 사와는 동시에 상영되는 6개의 비디오를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 위를 떼 지어 날아가는 새의 모습, 불꽃 축제가 펼쳐진 해안가 마을, 실시간 바늘이 움직이고 있는 시계 모습 등이다. 어두운 전시 부스를 가득 채운 영상들과 고요한 음악은 압도적인 자연이 주는 숭고함과 낭만을 선사하지만, 사실은 작품 내에는 새들이 죽은 새를 쪼아 먹는 장면들과 마을 뒤편 원자력 발전소 등과 같은 인간존재의 불안과 공포가 암시돼 있다. 이 큐레이터는 "이 작품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전인 2007년 작으로, 작가의 무의식적인 심리가 투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 문의 031-201-8500.

'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 여덟가지 작품 중 하나.

'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 여덟가지 작품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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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인물 '판화' = 상하이 예술거리 중 하나인 모간산루에는 오는 8일 백남준의 판화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개최된다. 비핸즈(구 바른손카드)의 에디션 아트 전문 갤러리 '아트앤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백남준: 스펙트럼(Paik Namjun: Spectrum)' 전이다. 이 전시에서는 1989년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정부가 백남준에게 위탁해 제작한 작품인 '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진화, 혁명, 결단)'이 선보인다. 이 작품은 로베스피에르, 당통 등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인물 8명을 로봇으로 상징화한 것이다. 또 'Seoul(서울)' 시리즈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것으로,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손기정과 남승용을 이미지화해 잊혀진 영웅을 기념하려는 의미를 담았다. 박소연 갤러리 대표는 "한류의 영향으로 상하이도 국내 작가들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다"며 "백남준의 판화에서는 비디오 아트를 통해 받은 영감을 평면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의 끝없는 예술적 시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13일까지. 문의 02-797-5162.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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