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위험까지 읽는다"…손상된 DNA 조각 '개수' 세는 기술 나왔다[과학을읽다]
표준연, 극미량 DNA 손상 초정밀 분석…기존보다 검출 감도 22배 향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세포의 DNA 복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미량 '손상 DNA 조각'을 개수 수준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초고감도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개인별 암 발생 위험 진단과 맞춤형 항암 치료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NA는 자외선, 흡연, 화학물질, 체내 대사 활동 등으로 인해 매일 손상된다. 세포는 이를 방치하지 않고 손상 부위를 잘라낸 뒤 새로운 DNA로 교체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NER)'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잘려 나온 작은 DNA 조각은 세포가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손상을 복구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DNA 손상 조각(sedDNA)을 초고감도로 검출·정량하는 과정 모식도. 자외선으로 손상된 DNA에서 생성된 조각을 분리한 뒤, 경쟁적 면역반응을 이용해 손상 DNA 양을 정밀 측정하는 원리를 나타낸다. 연구팀 제공
하지만 기존 기술로는 이처럼 극미량의 손상 DNA 조각을 정확하게 정량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존 방식은 DNA 조각 끝에 표지 물질을 붙여 검출하는 구조였는데, 시간이 지나 조각 끝부분이 분해되면 실제 존재하는 DNA 손상 조각도 분석에서 누락될 수 있었다.
"손상 DNA 개수까지 측정"
KRISS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적 면역분석법'을 도입했다. 분석 장치 바닥에 손상 DNA와 동일한 구조의 합성 DNA를 기준 물질로 고정한 뒤, 실제 세포에서 추출한 DNA 시료와 특이 항체를 함께 넣는 방식이다.
시료 속 손상 DNA 조각이 많을수록 항체가 실제 DNA 조각에 더 많이 결합하고, 반대로 기준 물질에는 적게 남게 된다. 연구진은 이 반비례 관계를 이용해 시료 속 손상 DNA 양을 몰(mole) 단위로 정량화하고, 이를 실제 DNA 조각 개수 수준으로 환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기술은 기존 분석법보다 최대 22배 높은 검출 감도를 확보했다. 기존 기술이 단순히 DNA 복구 정도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기술은 세포 내 손상 DNA 조각의 개수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DNA 손상 조각 초고감도 분석 플랫폼 개발 연구진. 앞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권하정 KRISS 책임연구원, 김근회 UST 학생연구원, 김영민 UST 학생연구원, 최준혁 KRISS 책임연구원. KRISS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이를 통해 개인별 DNA 복구 능력 차이나 항암제에 대한 암세포 반응을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최준혁 KRISS 책임연구원은 "DNA 복구 속도와 효율을 정량화하면 개인별 암 발생 위험을 조기에 진단하고, 암세포의 항암제 저항성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향후 실제 사람 조직을 활용한 후속 검증을 통해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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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KRISS 바이오물질측정그룹·유기측정그룹과 미국 라이트주립대학교 분소프트 의과대학 연구팀이 공동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애시즈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 3월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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