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朴대통령 이산가족 상봉정례화 제안으로 남북 관계 급물살 타나

최종수정 2014.03.01 12:08 기사입력 2014.03.01 12:08

댓글쓰기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제 95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공식 제안해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매년 3000~4000명이 세상을 뜨고 있는 만큼 상시화, 대규모화를 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북한이 수용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통일준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둘째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북한 당국에 제안했다.셋째는 북핵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북 메시지는 지난해보다는 상당히 온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3·1절 기념사는 2월12일에 북한이 제3차 핵실험 직후에 나왔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3년4개월만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후에 나왔다.

우선,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지난 25일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통일준비위원회’가 평화통일을 맡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간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힐 ‘통일준비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에 외교·안보, 경제·사회·문화 등 민간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을 폭넓게 참여시키겠다면서 기구의 성격을 ‘대통령 직속’으로 규정해 활동을 청와대 즉 대통령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속내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제안은 고령 이산가족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은 지난달 초 남북고위급 접촉을 갖고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0~25일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성공리에 끝났지만 이산가족 중 고령자가 많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공동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9264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만 3841명이 숨지는 등 전체 상봉 신청자의 44.7%에 이르는 5만7784명이 숨졌다. 생존자는 7만1480명 뿐이다. 최근 10년 사이 급속한 고령화로 매년 약 4000명의 이산가족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망자는 연평균 3830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들도 80세 이상이 52.8%에 달하는 등 70세 이상의 고령자가 81.5%를 차지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사망자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데 한 번에 상봉하는 규모는 지난 30년간 제자리걸음이다.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으로 성사된 1985년 이후 지난해까지 가족을 만난 사람은 당국과 민간 차원의 대면·화상 상봉을 모두 합쳐도 남북을 통틀어 2만5282명에 불과하다. 이번에 만난 1차 남측 상봉단 82명과 북측 가족 178명, 2차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과 남측 가족 357명을 합쳐도 2만6000명을 넘지 않는다.

이언 현실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상봉 상시화와 대규모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처럼 상봉행사가 특별행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면서 “우리측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상시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봉을 위해서는 생사확인이 전제돼야 하는데 북한이 자금과 행정력이 부족한 게 걸림돌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의 ‘첫 단추’로 규정한 이번 상봉행사가 원만히 진행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남북은 구체적 시기를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추가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의 문제를 논의할 적십자 실무접촉을 다시 열기로 합의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례화를 제안한 만큼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공은 북한측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주요 현안에서 남북 간 견해차가 상당하고 우선순위로 삼는 의제가 다르다는 점이다. 북한은 추가 고위급 접촉에서 상봉 정례화를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상봉 정례화 반대급부로 쌀·비료를 포함한 대규모 대북지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핵 문제가 해결돼야만 남북관계의 근본적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해온 반면,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주장해왔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조했는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평화와 협력의 새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남북 공동발전과 평화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핵포기가 평화·협력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기본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추후 고위접촉이 열릴 경우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신중히 대응할 공산이 크다. 대신 5·24조치의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북 인도지원은 계속한다는 입장인 만큼 북한에 일정한 유인책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들어 대북 인도적 지원 물품 반출 신청을 거의 대부분 승인하고 있는 것은 단적인 예이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