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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드라마' SK 횡령사건…최태원 회장 형제 '반전카드' 소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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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사건이었다." 수백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54) 형제 사건을 돌아보며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 같이 말했다.

2008년 10월께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두고 당사자들 간의 입장과 변론전략이 수차례 바뀌면서 이 사건의 '진실게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벼랑 끝에 몰릴 때마다 최 회장 형제는 진술 번복, 공범 지목, 통화 녹취록 제출 등 여러 카드를 내밀었지만 결국 그 어떤 것도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법원의 유죄 판결에 무게를 실어주는 꼴이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며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기업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판결은 2009년 7월 횡령ㆍ배임액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 징역 4년 이상의 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한 양형기준이 마련된 이후 재벌 총수에 대해 실형이 확정된 첫 사례여서 의미가 있다.

최근 법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2)의 배임액수를 1585억원으로 인정하면서도 유리한 정상을 참작해 '재벌 양형공식'이라 불리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고 현 정부가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 살리기'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일각에서는 파기환송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했었지만, 중견 법조인들은 "이 사건의 경우 최 회장에게 유리한 정상이 없어 실형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법원 한 관계자는 "사적 이익을 위해 계열사 자금을 써서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 사건은 회사 경영상의 판단과는 무관한 사적 이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선고공판에서 "회장과 부회장이라는 지위를 악용해 탐욕을 충족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상속과정에서 양보한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에 돈을 마련해서 주려고 했다고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범행 동기가 누구의 자금수요를 위한 것이든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법원이 김승연 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주며 "그룹 전체의 위험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며 이는 기업주가 회사 자산을 개인적 목적으로 활용한 전형적 사안과는 거리가 있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검찰조사와 1심, 항소심 공판을 거치면서 그때마다 다른 변론을 폈던 점도 불신을 샀다. 최 회장은 항소심 공판 전까지는 계열사에 펀드 출자금 선지급 지시를 하지 않았고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53)에게 돈이 송금된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가 항소심에서는 펀드 출자 지시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최 부회장은 처음에는 자신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진술했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최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사건 '심부름꾼'으로 불리는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48)는 항소심 공판에서 "최 회장 변호인단의 전략에 따라 1심까지는 거짓 진술을 했다"고 털어놨다. '회장님 지키기'에 동원됐던 사실을 밝힌 것이다. 항소심 막바지에 최 회장 형제는 김원홍 전 고문을 사건의 배후인물로 지목하며 그를 소환해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전 고문이 최 회장 형제 선고 하루 전날 국내로 송환돼 'SK측 기획 입국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 회장 형제 측은 사건 관계자들 사이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해 '막판 뒤집기'를 노렸지만 재판부는 이를 오히려 유죄 증거로 받아들였다. 결국 최 회장 형제 측의 '카드'는 모두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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