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윌렘스 "그림책은 부모가 연주하고 아이가 듣는 음악"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그림책은 부모가 연주하고 아이들이 듣는 악기다. 그림책 읽기는 이야기와 그림이 담긴 종이책을 넘기면서 재미를 느끼고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모 윌렘스(Mo Willems·46)의 말이다. 그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첫 그림책 전시를 열었다.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진 그의 작품은 단순한 그림에서 유쾌하고 따뜻한 정감이 느껴진다. 국내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한번 쯤 접해봤을 만큼 그의 작품들은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방한에 아이의 손을 잡고 비둘기, 토끼, 코끼리 시리즈 그림책과 캐릭터들을 만나려는 젊은 엄마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25일 만난 그는 자신의 작품처럼 동심어린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약간은 장난기가 섞인 듯 천진한 분위기를 풍겼다. 종이책에 대한 그의 견해에서도 '인간적인 교감'을 중시하는 면모가 느껴졌다.
"종이책은 늘 옆에 있는 친구처럼 언제든 펼쳐볼 수 있다. 종이를 넘기는 촉감과 그 행위에서 일어나는 교감은 그림책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이 소통하는 중요한 요소다. 태블릿 피시 같은 전자기기를 통한 동화읽기는 오히려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단지 캐릭터와 글을 그 안으로 옮겨간 것 뿐, 종이책이 갖는 교감능력은 전자기기가 따라가기 힘들다."
그는 자신을 "예술가라기 보단 기술자"라고 자평했다. "심각하고 어려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그림을 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그것을 그림과 글로 풀어내는 숙련된 기술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특히 그림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애니메이션과 그림책이 갖는 대중성과도 관계가 있겠지만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잘못된 그림은 없다.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다시 그리면 된다. 만화가도 항상 불만족스러운 그림을 그리게 돼 있다. 그런 숱한 과정 속에 좋은 그림이 나온다. 그림을 보면 작가가 재밌게 그렸는지 아닌지도 보인다. 너무 완벽한 그림이 되레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의 작품에는 '내 토끼 어딨어?',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등 동물 시리즈 작품들이 많다. 특별히 동물 캐릭터를 많이 그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동물들은 성별이나 국가를 불문하고 아이들이 몰입하기에 좋은 소재"라고 답변했다. 차기작으론 '비둘기는 목욕이 필요해'라는 작품이 나올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두 번째 방한한 그는 한국의 아름다움으로 '도자기'와 '서예'를 꼽았다. 모 윌렘스는 15년 전 한국작가들과 TV만화쇼 제작을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하면서 어느 도예마을을 들른 적이 있었다. 그 때 만난 도자기의 선이 놀라울 만큼 아름다웠다고 한다. 또 그는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한국의 서예에 대해 친근하면서도 강한 끌림을 받았다"고 했다. 빠른 선으로 캐릭터를 그려내는 그림 동화를 그 역시 붓펜으로 작업하고 있다.
모 윌렘스는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자라고, 뉴욕대학교의 예술대학인 티쉬스쿨을 졸업한 후 미국 어린이들의 인기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의 방송작가 겸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며 방송부문 '에미상'을 여섯 번이나 수상했다. 또 그림책 부문에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닥터 수스 상', '칼데콧 상'을 받으며 큰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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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직접 그의 원작을 만나본 국내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우리 아기들 책장에 꼭 채워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나도 다시 읽어 보고픈 책.", "가장 쉽게 그리면서도 너무나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비둘기, 토끼 시리즈가 좋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시는 오는 6월 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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