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간을 들썩이게 한 3000억원 규모 초대형 대출사기 사건을 밝혀낸 금감원의 전경희 수석검사역(55)은 지난 20일에도 현장에 나가 검사업무를 돌보고 있었다. 소속 부서를 통해 만남을 요청했지만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길 원한다"는 답만 되돌아왔다.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
이번 대출사기 사건을 적발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꼼꼼함은 돋보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구축한 저축은행 여신상시감시시스템을 통해 BS저축은행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2개 차주(대출자)에 대한 대출의 주소지가 같은 건물, 같은 층, 같은 전화번호로 돼 있었던 것이다.
전 수석검사역은 '동물적 감각'으로 2개 차주가 결국 한 곳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동일차주 여신한도 초과사실을 확인, 서면조사와 자금추적에 들어갔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은 동일한 차주에 자기자본의 25%를 넘는 대출을 해줄 수 없다.
전 수석은 2010년 신한사태 때도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라응찬 전 회장의 실명법 위반을 입증하면서 조사에 물꼬를 텄다. 당시 신한은행 검사를 지휘하던 검사반장이 이번 대출사기 사건을 담당하는 류찬우 저축은행검사국장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 수석검사역은 금감원 내에서도 검사의 정석으로 불린다"며 "철저히 따지되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깊은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언론에 본인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리고 있다. 그 이유는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명확히 수행하고 올바른 금융질서를 잡는 것이 금감원 검사역으로서 보람일 뿐 유명세를 떨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명감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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