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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빈 자리…연아 다시 낳는 건 투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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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김연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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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을 잃어버리고도/웃는 너는 썼구나/예술은 등급으로 매기는 게 아니라고." - 백기완(81ㆍ통일문제연구소장)이 김연아의 올림픽 경기를 본 뒤 한 매체에 기고한 싯귀다.

또 1등을 했다면, 우리는 김연아(24)의 진면목을 모를 뻔 했다. 밴쿠버대회에 이어 두 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판정 논란 속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카타리나 비트(49ㆍ독일) 같은 피겨의 전설들과 수많은 해외 언론이 판정의 부당함을 규탄했다. 김연아만 초연했다. 모든 것이 잘 끝났음에, 그리고 준비한 것을 다 보여줄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뜨거운 눈물은 극복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고심 끝에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을 결정하고,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부담감과 긴장감 속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자신에 대한 연민이자 자부심이었으리라.

김연아는 약속대로 은반을 떠난다. 아이스쇼를 통해 김연아의 아름다운 무대를 감상할 수 있겠지만, 농도 100%의 작품을 볼 기회는 소치대회가 마지막이었다. 여왕의 퇴위와 함께 피겨 스케이팅의 한 시대도 저물었다.

◇ 담대함이 빚은 특별한 성취= 김연아는 2010 밴쿠버올림픽을 통해 한국인의 자부심으로 올라섰다. 금메달을 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민들은 김연아가 걸어온 힘겨운 길을 지켜봐왔고, 그래서 그의 성공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김연아는 피겨 전용 링크 하나 없는 척박한 땅에서 자신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세계 정상에 섰다. 허리에 늘 테이프가 감겨있을 만큼 부상에 고통받았고, 동갑 라이벌과의 경쟁을 부추기는 시선에 시달렸다. 그를 향한 국민들의 응원은 동시에 그를 짓누르는 부담이었다. 그러나 그는 불평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이겨내고 원하는 것을 이뤘다.

그러나 김연아의 특별함은 밴쿠버가 아닌 소치올림픽을 통해 완성됐다. 최선을 다하되 마음을 비우고, 다른 이들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소치올림픽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순탄하지 않았다. 김연아는 울먹이며 고백했다. "소치를 오려고 하는 결정이 너무나 힘들었다"고. 어린 시절 꿈이었던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더 이상 피겨선수로서 목표를 찾을 수 없었고, 대회를 치르며 겪는 중압감과 긴장감을 또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은 김연아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김연아는 스스로 정한 목표에 더 집중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마침내 프리스케이팅이 끝나고, 환호가 쏟아졌다. 그는 만족했다. 판정 시비로 세상이 들끓는 가운데 김연아가 담담할 수 있는 이유도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자 한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그저 어린나이에 성공한 스포츠 스타가 아니다. 진심과 담대함이 그를 우리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 한 시대의 마감, 그리고 과제= 김연아의 은퇴로 피겨계는 독보적인 스타를 잃었다. 김연아는 그동안 여자 피겨의 기준이었다. 김연아의 정확한 점프 자세와 뛰어난 높이, 비거리는 어린 선수들에겐 교본과도 같다.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19ㆍ 소치올림픽 4위)가 차세대 여왕 후보로 주목받은 이유는 '김연아와 가장 흡사한 트리플 콤비네이션(트리플러츠+트리플토루프)'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탁월한 예술성은 피겨 전설 카타리나 비트와 미셸콴(34ㆍ미국)을 매료시켰다.

새 여왕을 찾는 것이 세계 피겨계의 숙제라면, 한국 피겨는 더 큰 과제에 직면했다. 4년 뒤 열리는 평창올림픽은 남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연아 덕에 피겨에 입문하는 어린 선수들은 늘었지만 인프라는 예전과 다를 바 없다. 인구 1000만 도시 서울에 피겨를 할 수 있는 스케이트장은 많아야 5~6개. 그나마 쇼트트랙 선수들, 그리고 일반인들과 나눠 사용해야 한다. 지방에서는 피겨를 배우기도 쉽지 않다. 일본만 해도 지역 단위 피겨 대회가 활발히 열린다.

김연아를 보내는 아쉬움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탁월한 천재를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손애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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