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훈 기자] 1996년에 춘천에 사는 대만 국적의 화교 부부가 둘째 딸을 얻었다. 아버지는 의사였다. 주변에서는 어머니를 닮아 이목구비가 고운 이 아기도 커서 평범한 화교로 살아가리라고 생각했고 그러기를 빌었다. 그런데 이 아기는 남달랐다.
아기가 조금 자라 말문이 트였을 때 부모는 깜짝 놀랐다. 둘째 딸은 한국어로 '엄마', '아빠'를 찾았다. 집안에는 중국어와 한국어가 함께 흘렀다. 그래도 맏딸은 중국어로 말문을 텄다. 둘째는 자신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공상정의 경기는 단단했다. 공백은 없었다. 탄력이 붙은 한국은 우승까지 치달았다.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인터넷 공간이 뜨거워졌다. 수많은 포털과 카페, 블로그, 언론사 홈페이지에 그의 이름이 걸렸다. 사랑스런 사진과 함께 귀화한 화교라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공상정은 2011년 11월에 귀화했다. 체육우수인재 특별 귀화 케이스. 가족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아버지 공번기(48)씨와 어머니 진신리(46)씨는 아직 대만 국적이다. 막내 상권(14)군이 성인이 되면 나머지 가족 모두 귀화할 예정이다.
재능이 폭발했다. 공상정은 소치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모두 따낸 심석희(17·세화여고)의 가장 큰 라이벌이다. 2010년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자 주변에서 불평했다. "(외국 국적이라) 국제대회에 나가지도 못하면서 자리만 차지한다"고 압력(?)을 넣기도 했다.
공상정은 당당했다. "어차피 난 귀화해서 한국사람 될 건데 뭐." 이렇듯 발랄한 공상정의 모습은 빅토르 안(29·안현수)을 러시아에 뺏겼다고 생각한 국민들의 상실감을 덜어 줬다. 금메달까지 따내자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런 국민여동생이 돼 버렸다.
대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빅토르 안을 대하는 한국인의 감정과는 조금 다르다. 쇼트트랙 선진국에서 운동하려면 당연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국 국가대표까지 되다니 정말 대단하다." "귀화하긴 했지만 마음으로 응원했다." 등. '대국기질'일까.
정재훈 기자 roz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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