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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 공무원들의 진솔한 이야기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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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전자책 형태, 민원행정 우수사례 수기집 발간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유난히 더웠던 지난 해 여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민센터 이정미씨는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폭염대비 안부전화를 수시로 드렸다.

어느날 할머니 한 분이 흥분한 목소리로 받더니 곧 흐느껴 우셨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허리가 안좋은 할아버지가 수술을 받았는데 척추 뼈에서 암세포가 발견됐고 온 몸에 전이돼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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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여러 곳에 연락, 국립중앙의료원 사회복지사와 할머니를 만나게 해주었다.

상담을 받고 긴급의료비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동주민센터를 방문한 할머니는 할아버지 걱정에 며칠째 한숨도 못 주무신 탓에 많이 초췌해 보였다.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한 할아버지는 시설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가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허리가 아파서 앉지를 못해 택시를 탈 수 없었다. 등록장애인이 아니면 구급차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해 이씨가 수차례 병원에 사정을 말하고 간절히 부탁한 결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받았다.
폭염이 한풀 꺾일 즈음 할아버지 장례를 준비하기 위해 동주민센터를 찾은 할머니에게 기초수급자 장제급여 안내를 하고 필요한 서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틀 후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계절이 바뀌고 이른 추위가 찾아온 날, 할머니는 이씨를 찾아왔다. 죽은 아들 대신 키우고 있는 손자가 큰 힘이 된다며 이씨에게 검은 봉지를 슬쩍 건냈다. 그 안에는 요구르트가 잔뜩 들어 있었다. 큰 도움을 준 것도 없는데 검은 봉지 속 요구르트를 보며 할머니 마음을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씨의 이 이야기는 지난 해 말 중구(구청장 최창식)가 주최한 민원행정 우수사례 공모집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3 민원행정 우수사례 수기집’에도 수록됐다.

76쪽 분량의 전자책으로 발간된 수기집은 공무원들이 체험한 미담사례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민원인들의 크고 작은 불편을 개선한 사례를 모았다. 이씨를 포함해 일선 공무원 18명이 지난 한 해 동안 겪은 여러 사례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진솔하게 풀어냈다.

취업지원과 서순석씨의 ‘끝까지 책임지는 맞춤형 일자리 창출’은 구직자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장애가 있는 청년이 장애를 딛고 일어설 수 있게 밑거름이 된 적극적인 공무원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적장애가 있는 박우진(가명, 31)씨는 전문대를 나와 사무직에 필요한 자격증을 획득했으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일을 구하기 어려워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3년간 포장일을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박씨의 어머니가 우진씨와 함께 취업지원과를 찾았다. 상담을 한 서씨는 우진씨가 장애인등록이 안 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우선 장애인등록부터 시켰다.

그리고 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일자리를 찾았으나 쉽지 않았다. 젊은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어머니가 안쓰럽고 젊은 청년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그래서 우진씨가 컴퓨터 전공과 자격증을 취득한 것을 활용해 공공일자리인 청년일자리 작은도서관 사서직에 지원할 것을 권유했다.

지역내 작은도서관 사서에 합격한 우진씨에게 도서관 사서에 대한 설명과 민원인을 대하는 요령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마침 전에 일하던 구직자를 시설관리공단 안내직으로 재취업시킨 후 만든 자리에 우진씨가 간 경우라 2배의 보람이 있었다.

우진씨가 근무한 지 1주일 뒤 담당 주임에게 전화를 걸어 근무상황을 살피고 어머니와도 통화해 근황을 물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과 눈도 못 맞추고 말도 제대로 못했지만 이제는 얼굴도 밝아지고 친해져 동료들과도 친해졌다고 한다.

지난 번 구청에서 교육이 있던 날에는 혼자 취업지원과에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하는데 두달전의 어리버리한 대신 의젓하고 멋진 청년의 모습이었다.

이 전자책은 중구 홈페이지의 중구 소개 →중구간행물 →비정기간행물 메뉴를 차계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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