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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대학'에 꽂힌 교수 "매번 저도 배우죠"

최종수정 2014.02.16 06:00 기사입력 2014.0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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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프란시스대학 김동훈 대표 교수 인터뷰
-노숙인에게 7년째 예술사 가르치며 재활 도와
-"'노숙인들 다 자기가 잘못해서 저렇게 됐다'는 건 위험한 인식"


▲김동훈 덕성여대 철학 교수

▲김동훈 덕성여대 철학 교수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정말 빵보다 인문학이 중요하던가요?'

"당장 먹을 게 없을 때는 모르지만 노숙인이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필요하죠"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12일 노숙인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성프란시스대학 9기 졸업식이 끝난 뒤 김동훈 덕성여대 철학 교수는 인문학이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답했다. 제자이자 선생인(성프란시스대학에서는 배우는 사람이 선생님으로 불린다)노숙인들의 졸업을 함께 지켜본지도 어느덧 7년. 졸업식에서 만난 한 노숙인은 감명 깊었던 수업으로 김 교수의 예술사를 꼽으며 희망을 찾게 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의를 진행해온 김교수에겐 노숙인과 인문학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숙인들은 '세상 밑바닥까지 훑어본 인생경험을 토대로' 깊은 인문학적 성찰을 보여주곤 했다. 그는 "노숙인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훨씬 더 스스로를 찾고 드러내는 것 같다"며 "진짜 인생을 깊게 통찰했을 때 나오는 촌철살인의 말들과 사람에 대한 이해에 대해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가 매학기가 끝날 때마다 하는 '저도 배웠다'는 말이 겉치레가 아닌 이유다.
성프란시스대학 과정에서 노숙인들은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문학, 예술, 역사에 비춰 바라봤다. 이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세상에 대한 힘을 얻어가는 것이다. 처음에 주인의식도 희망도 없어 보였던 노숙인들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스스로를 성찰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달라져 갔다.
김동훈 덕성여대 철학 교수가 12일 성프란시스대학 9기 졸업식에서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훈 덕성여대 철학 교수가 12일 성프란시스대학 9기 졸업식에서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희망의 장이 열릴 때까지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노숙인 인문학 강의가 실험이 아닌 현실로 자리잡아나갈 때 쯤 성프란시스대학을 총괄 관리하던 신부님이 일본으로 전보를 가시면서 운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힘들었던 과정을 거치면서 틀이 생기고 운영의 폭도 넓어졌다. 2012년에 출간한 거리의 인문학은 그간 성프란시스대학을 결산하는 책이다.

김 교수를 비롯한 지도교수들은 올 가을 성프란시스대학 10주년을 맞아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교수는 "앞으로 노숙인, 도시민을 위한 인문학을 확산시켜 나가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노숙인 문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민운동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졸업생들의 사후 생활을 관리하고 노숙인 문화센터와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도 김 교수의 계획 가운데 하나다.

김 교수는 노숙자에 대한 세간의 편견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그는 "노숙인들이 다 한량에 지들이 잘못해서 저렇게 된 사람들이란 건 위험한 인식"이라며 "구조적인 실업 등 왜 사회에 노숙인들이 양산되는지를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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