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4가지 카드'서 집어봐…너의 미래를 보여주마
리처드 왓슨, 올리버 프리먼 <미래를 위한 선택>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인생에 '리허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대한 기로에 설 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칠 때, 안온한 일상 속에 문득 막연한 불안감이 찾아올 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가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두려움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것이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 누구나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앨빈 토플러를 잇는 차세대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은 저서 '미래를 위한 선택'에서 네 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하나의 미래를 과감히 상정하는 일반적인 미래 예측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지 않도록 독자를 네 개의 리허설 무대에 세운다. 그 무대는 '지성의 세계' '탐욕의 세계' '절제의 세계' '공포의 세계'다. 독자는 유토피아에서 디스토피아까지, 점진적 변화에서 급진적 변화까지 양립할 수 없는 각각의 무대에서 예행연습을 하게 된다.
지성의 세계는 말 그대로, 무한히 고양된 인간의 지성이 인류가 처한 문제를 해결해 질서가 회복되는 세계다. 2021년 월마트에서 전자투표가 가능해지며 2028년에 상하이의 모든 교통수단이 전기자동차로 대체된다. 그리고 2038년에는 인간이 만든 모든 사물에 IP주소가 부여된다.
탐욕의 세계에서는 성장과 욕심에 의해 주도되는 미래상이 펼쳐진다.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양극화가 심화된다. 한 남자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 애플의 신형 아이바이크(bike)에 치인다. 부자를 상대로 도시의 낙오자가 돈을 뜯어내려 한 것이다. 자전거에 치여 돈을 타내는 것이 지금처럼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머리를 굴려 주식을 고르는 것보다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절제의 세계에서는 환경 파괴와 시장경제 실패로 재조명된 '느린' 삶과 공동체의 가치가 제시된다. 유럽연합(EU)이 일주일에 근로시간을 22시간으로 제한하는 아주 매력적인 사회다. 협동조합의 회원 수가 20년 전에 비해 900% 증가하며, 지역을 불문하고 사람들 대부분의 이웃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된다.
마지막 무대인 공포의 세계는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신용위기 등이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결합돼 온갖 문제와 갈등이 창궐하는 디스토피아적 사회다. 범죄와 폭동, 파업이 빈번하지만 정부는 통제력을 잃고 '말장난'을 친다. 오늘날 '돈을 찍어대는 행위'를 양적완화라 하는 것처럼 실업은 '일자리 혼란', 인플레이션은 '급속한 자산 재평가'라 부르며 참신한 작명(作名)에 힘쓴다. 2037년 성인의 85%가 저축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당장 벌어지는 일에 대응하기도 바쁜, '미래가 없는 미래'다.
저자의 상상력이 도발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읽다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에서 미래의 '징조'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정신이 든다. 미래를 귀신같이 점치는 일보다는, 그런 징조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리허설'을 마련한 저자의 의도다.
<미래를 위한 선택/리처드 왓슨, 올리버 프리먼/고영태 옮김/청림출판/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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