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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정치적 감각'을 쉽게 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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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임되자마자 여의도 정치권이 기다렸다는 듯이 후임 장관 하마평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는 친박근혜계 실세 혹은 실세는 아니라도 정무형 정치인이 와야 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고 있는 듯하다. 이는 윤 전 장관이 정무(政務)감각이 매우 부족했고 해수부라는 부처의 특성(새로 부활됐지만 과거에 비해 위상이 약하고 부처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장관은 미혼에 여성이고 전문가그룹에서 발탁된 인사다. 인사청문회나 국회 국정감사, 장관직 수행당시 조금이라도 정무감각을 보여줬다면 역대 정부 두 번째, 박근혜정부 첫 해임이라는 불명예를 안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무감각은 한마디로 정치적 감각이다. 패션의 기본원칙이라는 T.P.O(TimeㆍPlaceㆍOccasion, 시간ㆍ장소ㆍ경우)에 따라 적응하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의 경우 수산분야를 아무리 몰랐어도 (인사청문회에서) "잘 모른다"가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하겠다"고 해야 했다. 독감이 걸려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어도 (여수 기름 유출 현장이라는)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조심했어야 했다. 자신에 대한 언론의 희화화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면 "내 얘길 잘해야 언론사가 잘돼"(한 방송사 인터뷰)가 아니라 "언론과 국민들께서 저보다는 여수 피해주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했어야 했다.

정무감각으로 도마에 오른 다른 현직 국무위원으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있다. 현 부총리도 새 정부에서 부활한 경제부총리에 내정될 때부터 잡음이 일었고 이후에도 '건수'만 생기면 정치권으로부터 교체론이 일었다. 카드사 정보유출과 관련해 "어리석인 사람이 책임만 따진다"는 발언은 일본 우익인사들이나 쓸 법한 망언(妄言)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제는 개각설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렇다면 전문성은 좀 떨어지지만 정무감각이 뛰어난 정치인을 장관 자리에 앉히면 모든 게 해결될까? 관가의 정치인 출신 장관에 대한 기대는 "무작정 떼쓰기를 잘하는 정치권의 방패막이가 되고 당정청 협조를 통해 부처의 예산을 끌어오는 마중물 역할을 함으로써 부처의 위상을 높여줄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개연성이지 필연성은 아니다. 더구나 집권여당에서 관료흔들기, 관료사퇴론이 계속 나오는 배경에는 대선 이후의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도 작용했다.
역대 정치인 출신 장관 가운데 장관으로서의 중요한 자질인 '행정능력'을 인정받은 이가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이유는 장관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야망의 주춧돌로 삼거나 여의도로의 금의환향을 위한 디딤돌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을 가진 이들은 정치 감각은 뛰어날 순 있지만 행정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분)이 "국가란 국민이다"고 외쳤고 대하사극 '정도전'에서 정도전(조재현분)은 "백성이 군자다"고 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면 '수첩'과 '논공행상'은 이제 잊어야 한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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