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화물 침체, 주범은 아시아

아시아 주요 항공기업 주가 1년새 두자리수 급락…불안한 신흥국 경제도 영향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글로벌 항공 화물 산업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세계 항공 화물 시장의 '큰손'인 아시아 지역의 침체가 글로벌 항공 산업 회복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 등 외신들은 9일(현지시간) IATA의 토니 타일러 회장이 "현재 세계 항공 시장의 최대 과제가 화물 부문 경기부진의 장기화"라고 말했다며 이처럼 보도했다.

항공 화물 산업은 글로벌 경기회복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다. IATA는 세계 교역량의 35%가 항공 화물을 통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중동의 수요 회복에 힘입어 글로벌 항공 화물 수송량은 전년 동월 대비 1.8%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아시아의 수송량은 1.1% 줄었다. 세계 항공 화물 수송의 40%는 아시아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아시아의 수요 회복이 글로벌 항공 산업 회복의 핵심이다.

타일러 회장은 "글로벌 항공 화물 시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아시아만 예외"라면서 "이는 아시아 주요 항공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APA)의 앤드루 허드먼 사무총장도 최근 "아시아 주요 항공사들의 화물 수송 실적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침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싱가포르항공, 캐세이퍼시픽, 대한항공이 부진을 겪고 있는 주요 항공사"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주요 항공사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블룸버그 아시아·태평양항공지수는 최근 1년 사이 18%나 급락했다.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5% 넘게 빠졌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불안한 신흥국 경제가 화물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도 화물 부문 부진의 영향이 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지난해 각각 176억원, 1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IATA는 세계 항공 여객 증가로 여객 부문에서 꾸준하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세계 항공 여객은 전년보다 5.2% 늘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