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Book]애덤 스미스도, 케인즈도 풀지 못한 조직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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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기업인 '아메리칸 항공'은 2011년 파산을 선언했다. 파산 선언 두해전인 2009년 봄 아메리칸 항공에 한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는 '아메리칸 항공의 홈페이지가 끔찍하다'고 비난하면서 설계가 잘 된 홈페이지 샘플이 가득한 공개편지를 보냈다. 이런 샘플들은 누가 보더라도 이용자 관점에서 아메리칸 항공의 기존 홈페이지보다 훨씬 나았다.


편지 말미에는 "정말로 유능한 디자인팀을 갖추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지 상상해보라"고 질타했다. 실상 아메리칸 항공 홈 페이지를 개편하는데 소수의 기술자들이 며칠이면 가능한 노릇이었다. '도대체 최고급 두뇌로 무장한 조직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이에 한 직원은 자신의 신분을 알릴 수 있는 단서를 모두 지운 채 웹사이트에 답신을 올렸다. 이메일은 "당신이 옳다. 정말로 옳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었다. 이어 "아메리칸 항공 홈페이지의 디자인 문제는 팀원들의 유능함(무능함)보다는 회사의 전반적인 문화와 업무처리과정에서 생겼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디자인팀에 겪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홈 페이지를 다시 설계하는 정도의 일은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다. 그보다 중요한 건 경쟁관계에 놓은 이해관계자들이다. 아메리칸 항공의 홈 페이지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촉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대한 기업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아메리칸 항공의 홈 페이지는 품질 보증, 제품 기획, 사업 분석, 코드 개발, 사이트 운영, 프로젝트 기획, 사용자 경험을 포함한 여러 집단의 200여명들로 운영된다. 기타 사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 및 홈페이지에 콘텐츠를 밀어 넣을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결국 아메리칸 항공의 홈 페이지는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똑똑한 인간들이 모여 조직을 무능하게 만드는 일을 막지도, 무너지는 회사를 구하지도 못 했다. 이는 비대한 조직, , 운영 난맥, 책임 소재의 불분명, 기업 문화 및 소통 부재 등의 문제로 설명하기 어렵다. 조직은 커다란 블랙박스처럼 난해하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수없이 얽혀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유능한 두뇌가 조직을 운영한다고 해서 승승장구하지도 않는다. 기업에서는 날마다 회의가 이뤄지고, 수많은 전략과 비용, 노력이 투입되고, 회사를 구할 것 같은 뛰어난 인재들이 수시로 영입되고, 승진과 인센티브, 각종 포상이 주어진다. 헌데도 기업은 정체, 도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조직의 비밀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가 '조직경제학'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는 '조직경제학'이라는 프레임으로 복잡한 세상인 '조직'을 연구해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레이 피스먼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와 팀 설리번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국장의 공동저술 'THE ORG(조직)-경제학자도 풀지 못한 조직의 비밀'은 로널드 코스의 조직경제학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1인기업에서부터 글로벌기업은 물론 프랜차이즈기업인 맥드날드, 볼티모어 경찰서, 21세기 가장 창의적인기업 '구글', 미연방수사국(FBI), 심지어는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에 이르기까지 온갖 형태의 조직을 탐구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왜 맥드날드는 새로운 메뉴 개발에서 맥모닝은 되고 맥피자는 안 되는가 ?', '경찰조직에서 마약 수거와 범인 검거 중 어느 것에 인센티브를 줘야 문제 해결에 유리한가 ?', '테러 조직인 알 카에다조차 영수증 처리는 왜 그리 중요한가 ?', '교회는 왜 신도 수에 따라 목사의 연봉을 달리 하는가 ?' 등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이런 질문을 따라가 보면 조직의 본질적인 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평소 유능한 조직원들이 고민하고, 수많은 경영인이 골머리를 앓았던 난제들이다. 대부분 간과하고 있지만 조직의 생존 조건이 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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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직 안에서 생활한다. 직장인의 경우 인생의 상당기간을 '회사'라는 조직에 몸 담는다. 아무리 부조리하고 불합리해 보여도 '조직'은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발전해온 최적화된 형태다. 그런 최적화된 시스템일 망정 곧잘 삐걱대고, 잡음이 끊이지 않으며, 숱한 암투와 갈등, 분쟁으로 비실거리곤 한다. 이 책은 조직의 기능 장애가 생길 수 밖에 없는 내재된 구조와 문제를 밝혀내면서 그 해법을 설득력 있게 풀어 낸다. 그 해법은 '타협'이다. 그렇다고 타협이라는 것이 간단치 않다. 타협에는 반드시 '비용'을 수반한다. 저자들은 조직을 혁신하고자 하는 사람은 '비용'이라는 관점을 바라봐야만 생존하고 진화하는 '조직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설파한다.


이 책은 습관적으로 조직에 몸 담고 있는 개인에게는 통찰력을, 조직을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리더의 조건을, 경영인이라면 반드시 해결해야할 조직적 문제의 핵심을 알려준다. <레이 피스먼·팀 설리번 지음/이진원 옮김/웅진 지식하우스 출간/값 1만6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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