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Book]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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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인문학 시대'다. 우리 주변엔 도서관 인문학(길위의 인문학)부터 백화점 인문학, 시민강좌를 운영하는 구청 인문학까지 인문학 배움터가 널려 있다. 인문학 과정을 열 지 않는 대학도 드물다. 이런 학습 공간은 노숙인, 청소년, 주부,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부마저 '인문학 운동'을 국가 정책으로 채택, 통치전략의 소프트 버전으로 삼는가 하면 관련단체·학계는 '전국인문학 축제', '인문주간' 등을 만들어 장단 맞추느라 요란법석이다. 기업은 어떤가 ? 이들도 인문학 분야 전공자에 대한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오히려 '이공계의 위기'를 운위할 정도다. 경영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인문학이 새로운 이윤 창출에 기여할 밑거름으로 이해한다. 이 말은 거꾸로 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철학 없는 실천이 빚어낸 우리 시대의 슬픈 초상"이라는 문학평론가 오창은의 말처럼 국가의 지나친 관심, 기업의 맹목적 수용, 대학의 차별성 없는 학문 운용 등이 오히려 '인문학 부흥'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상 인문학은 하루하루의 끼니와 같은 일상생활에도, 춤 추고 노래하는 문화에도 녹아 있다. 오랜 역사 과정은 물론 인류의 축적된 과학에도 인문학이 스며 있다. 따라서 인문학 운동은 인문학과 과학 등 여러 학문적 사고를 통섭하려는 시도를 내포한다.


이런 판국에 오형규의 저술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는 인문학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하는 책이다. 그 허브는 '경제학'이다. 경제학을 중심에 놓고 역사와 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여러 학문의 통섭적 고찰을 통해 인문적 교양과 사고의 유연성을 추구한다.

일례로 저자는 신화속에서 복잡해 보는 경제학 원리를 읽어 낸다. 가령 500가지 신화에 등장하는 대홍수에서 교류와 교환을, 굶어 죽은 미다스의 손에서 비교우위를 읽고 오디세우스가 겪은 세이렌의 치명적 유혹에서는 군집 행동과 포퓰리즘을, 골룸의 반지·니벨룽겐의 반지에서 탐욕과 투기를 읽는다. 이같은 시각은 대중문화, 일상생활에까지 폭넓게 펼쳐져 있어 왜 인문학이 새롭고 신선한 지를 깨닫게 한다.


저자는 "경제학 원리는 인간의 행동과 사회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며, 현상의 숨은 이면을 들춰 내는 수단"이라며 "인간에 대한 탐구나 성찰로서의 인문학과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원리로서의 경제학은 결코 동떨어진 영역일 수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문학·역사·철학 외에 경제학뿐 아니라 건축학이나 수학 등 이른바 이공계 학문도 그 근원에는 인문학의 요소가 내재돼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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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의 수법은 물론 사기다. 하지만 그 발상의 전환만큼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김선달은 톰 소여와 같은 기지로 대동강 물을 한양 상인들에게 팔아 먹었다. 그가 대동강 물을 판 것이나 지하수를 퍼 올려 생수라고 파는 것이나 사실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요즘에는 공기도 캔에 담아 판다. 날씨를 이용해 돈을 버는 기상업체들도 생겼다. 햇볕도 분명 경제적 가치가 있기에 상품화될 여지가 있다." <허생과 봉이 김선달이 떼돈 번 전략(독점과 혁신)의 일부>


경제 원리는 곧 세상을 움직이는 이치와도 통한다. 경제 원리를 안다는 것은 엉킨 실타래 같은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은 전공자에게도 어려운 학문이다. 복잡하고, 이해가 쉽지 않은 개념도 많다. 그런 편에서 이 책은 경제를 쉽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용하다.<오형규 지음/한국문학사 출간/값 1만38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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