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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장의 허와 실] 12. 100억 벌어도 공치는 '空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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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로 들어온 돈 인건비와 세금에 올인, 회원제는 적자골프장 절반에 육박

 골프장 운영이 장기적인 불황과 함께 외형은 화려하지만 적자가 커지는 '빛 좋은 개살구' 격이 되고 있다.

골프장 운영이 장기적인 불황과 함께 외형은 화려하지만 적자가 커지는 '빛 좋은 개살구' 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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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외형만 화려하지 내용은 속빈 강정입니다."

골프장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한 한 임원의 넋두리다.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고가의 골프회원권 분양은 순조로웠고, 개장 이후 영업이익률도 제조업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장기적인 불황이 거듭되고, 신설골프장 급증으로 공급마저 넘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골프장업계는 "외모는 화려하지만 차 떼고 포 떼면 오히려 적자"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벌고 어디에 지출할까?
▲ "수도권 불패신화?"= 골프장의 주 수입원은 당연히 그린피다. 평균 15만원에 연간 6만명이 입장했을 때 90억원이 들어온다. 여기에 레스토랑과 프로숍 운영 수입, 카트이용료 등이 부대 수입에 포함된다. 수도권 18홀 골프장의 연매출은 보통 100억원 안팎이다. 재무제표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서울시청을 기준으로 50km 이내에 위치한 경기도의 18홀 회원제다.

매출액 142억원으로 평균을 웃도는 돈을 벌었다. 입장료가 100억원, 식음료 매출과 카트 등의 대여료 각 17억원, 상품 매출 4억원 등이다. 코스관리원가 20억원 등 매출 원가는 총 43억원으로 매출 총이익이 99억원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다음은 지출이다. 판매비와 관리비로 106억원이 나갔다. 이 가운데 급여와 퇴직급여가 50억원, 세금이 무려 21억원이다. 수선료 등도 포함된다. 영업이익은 결국 7억원 적자가 됐다.

이자 수익 등 영업외 수익도 있지만 영업외비용이 더 많아 당기순이익은 -14억원, 1년 동안 손해나는 장사를 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조사한 130개 회원제의 2012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3%,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2002년의 27%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적자를 기록한 골프장이 60개사,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 "차 떼고 포 떼면"= 앞서 예를 든 골프장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개장한지 20년이 넘어 입회금 반환에 전혀 문제가 없고 최근의 신설골프장들처럼 은행에 진 빚도 없어 거액의 금융비용도 들지 않는다. 관련업계에서는 "경기 침체로 입장객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골프장 급증으로 그린피 인하 등 출혈 경쟁까지 겹쳐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지출의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는 세금은 당연히 걸림돌이다<본지 2013년 12월19일 2면 기사 참조>. 회원제는 일단 재산세만 4%다. 더 큰 문제는 땅값이다. 부지가 워낙 크기 때문에 공시지가도 엄청나다. 매출이 100억원에 불과해도 땅값이 500억원이라면 토지에 대한 재산세만 20억원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회원제 전체가 세제 개편에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이런 시점에서 입회금 반환은 감당하기 어려운 숙제다.

초고가 분양 골프장들의 수익은 더 나쁠 수밖에 없다. 회원들의 그린피가 면제되기 때문에 입장 수가 많을수록 손해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비회원 그린피는 높여 받아야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입장객 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무기명 회원권 등을 남발한 곳은 더욱 심각하다. 실제 한 골프장은 암묵적으로 회원 예약 수를 제한하는 반면 비회원을 많이 받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다.

대중제는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다. 세금이 적고 회원이 없으니 그린피를 낮춰 경쟁력을 강화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2012년 영업이익률이 33.7%로 전년대비 3.3% 떨어지기는 했지만 회원제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매출이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빛 좋은 개살구'가 돼 버린 골프장들에게는 지금의 시장환경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고민거리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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