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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기 힘든 '도로명 주소'‥혼란·불편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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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경험해 본 도로명 주소 체험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광주 북구 일곡동 주민센터(동장 김옥중) 직원들이 지난 14일 새롭게 바뀐 도로명주소 조기정착과 주민등록 관련 주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한 주민들에게 주민등록증 도로명주소 스티커를 부착해주고 있다. 사진제공=광주시 북구

광주 북구 일곡동 주민센터(동장 김옥중) 직원들이 지난 14일 새롭게 바뀐 도로명주소 조기정착과 주민등록 관련 주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한 주민들에게 주민등록증 도로명주소 스티커를 부착해주고 있다. 사진제공=광주시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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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여년간 준비를 거쳐 올해부터 도로명주소를 전면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준비가 미흡해 국민들의 혼란과 불편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청사 서소문별관에 도로명주소 명패가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해 사실상 길 찾기에 도움이 안 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4일 도로명 주소를 실제 이용해 보고 허실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15'라는 도로명 주소를 무작위로 선정해 길 찾기에 나선 본지 취재진에 의해 확인됐다.
덕수궁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궁궐이기 때문에 길 찾기가 식은 죽 먹기라는 생각이었지만 정작 기자는 인근 건물 어느 곳에서도 해당 주소 명패를 찾을 수가 없었다. 무작정 주변의 가장 큰 건물인 서울시청사 서소문별관에 들어가 물어봤다. 그런데 알고보니 서소문별관의 주소가 바로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15'였다.

그러나 도로명 주소 명패가 부착돼 있는 본관과 달리 별관의 어느 곳을 둘러봐도 명패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니 기자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상해서 건물 입구에서 근무 중인 서울시 직원에게 문의하니 "나도 잘 모른다. 우편물 대부분 도로명 주소가 아니라 지번 주소로 받고 있긴 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시청사 서소문별관의 도로명 주소 명패는 나중에야 지하 주차장 입구 수위실 유리창에 작게 붙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정부가 서울시청사 등 큰 규모의 공공건물들은 사람들이 길을 찾는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눈에 띄는 자리에 큰 명패를 걸도록 했지만, 빈 구멍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두 번째로 선택해 찾아간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1길 33' 주소는 비교적 찾기 쉬웠다. 세종대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 지 5분 만에 해당 주소가 걸린 명패를 찾을 수 있었다.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주택ㆍ건물에는 도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번호를 붙인다는 도로명 주소의 원리를 이해하면 길 찾기가 편리하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특히 도로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해서 큰 도로의 왼쪽으로 갈라진 도로에는 홀수가, 오른쪽으로 갈라진 도로에는 짝수가 붙는다는 점을 알면 더욱 편리하다.

그러나 물류 현장은 도로명 주소로 인해 힘겨워 하고 있다. DHL 택배기사 김모(40)씨는 "건물의 경우 건물명을 써주면 찾기 쉬운데 도로명 주소는 지번주소만 나와 있어 '종로 00' 같은 정보로는 배달할 지역을 정확히 찾기 어렵다. 2주가 지났지만 아직 적응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지하철 퀵 배송기사로 일하고 있는 한모(69)씨는 "도로명 주소로 바뀐 후 일하기가 훨씬 힘들어졌다"며 "스마트폰이 없으면 배달이 어렵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보고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으로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사용이 어려운 택배기사는 부동산중개업소에 길을 물어보고, 배달하기 전에 미리 약도를 세세하게 그려서 알려줘야 하는 등 고충이 있다고 호소했다.

공공기관인 우체국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광화문 우체국 한 직원은 "도로명으로 택배를 갖고 와도 검색 시스템에 입력하면 접수가 가능하다. 우편물 구분기는 구주소로도 분류할 수 있다. 집배원들의 경우 2년 전부터 도로명 주소로 훈련됐기에 상대적으로 낫다"고 말했다.

각종 신고 등에 도로명 주소를 써야 하는 일선 주민센터에서도 혼란과 불편이 많았다. 이날 방문한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 건물 밖에는 2014년 1월1일부터 도로명주소가 본격적으로 사용된다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각종 신청서가 구비된 서류작성대엔 도로명주소를 사용해야한다는 안내문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민센터를 방문한 시민들은 여전히 익숙한 지번주소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족관계등록부 신청서 집주소란에 지번주소를 적고 있던 김모씨(60)는 "도로명주소를 사용해야하는 건 아는데 도로명 집주소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났다"며 "홍보물을 많이 받았지만 지번이 편하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바둑판식 도로도 없지 않느냐. 도로명주소가 한국의 사정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공무원들도 도로명주소 때문에 이중 일처리를 하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가족관계등록부 발급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옛 주소와 새 주소를 사용하는 분들의 비율은 반 반이어서 네이버로 검색해 대신 적어드리기도 한다"며 "민원인들이 오늘 하루 동안 접수한 100여건의 서류에 일일이 주소를 다시 적는 건 행정력 낭비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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