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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만 앞선 노르웨이 '철의 에르나'

최종수정 2014.01.04 08:00 기사입력 2014.0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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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노르웨이 보수당의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는 야심찬 인물로 유명하다. '철의 에르나'라는 별명을 지닌 그는 지난 9월 총선에서 노르웨이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됐다.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우파 연립정부를 이끌며 지난달 15일에는 내년 예산안 협상도 잘 마무리했다. 그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북해산 석유 매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균형발전의 토대까지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예산안을 살펴보면 솔베르그 총리의 야망과 행동에 큰 차이가 있다고 최근 전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그의 야망과 달리 석유 수입은 39억크로네(약 6787억원)나 늘었다.

솔베르그 총리는 보수 연정 출범 초부터 입지가 취약했다. 중도파인 기독민주당ㆍ자유당은 연정 구성 당시 사회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솔베르그 총리의 보수당 및 진보당과 손잡았다.
그러나 최근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노선이 다른 4개 정당의 연정은 불협화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예산안 협상 중 수일 동안 난항이 이어지면서 붕괴 직전까지 간 것이다. 예산안은 정부가 철도 사업과 대외 원조 등 중도파 연정 파트너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솔베르그 총리는 "비용 증가, 부진한 생산성, 성장둔화 같은 '노동병'에 신음하고 있는 노르웨이 경제를 살리는 데 석유 수입이 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유국 노르웨이는 정부가 석유회사 스타트오일의 지분 67%를 갖고 있어 원유 판매에 따른 국고 수입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노르웨의 국부펀드의 운용자산은 8000억달러(약 845조6000억원)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노르웨이는 국부펀드의 하루 지출을 4%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펀드의 운용수익이 늘어 전체 규모도 커진만큼 정부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더 많아졌다.

석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외위스타인 올센 노르웨이 중앙은행 총재는 "국부펀드 하루 지출 상한선을 3%로만 낮춰도 경제적 충격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느는 석유 재원을 펑펑 쓰다 보면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려 경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노르웨이 경제가 과열될 수 있다"며 국고 사용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크로네 환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당초 예상(0.4% 증가)보다 증가한 0.5%를 기록하면서 달러 대비 크로네 가치가 다소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금까지로 넓혀 보면 10%나 떨어졌다.

크로네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취약한 경제기반 탓이다. 이런 판국에 현지 부동산 거품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커지면서 크로네 약세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터질 경우 금리 인하와 국부펀드 지출 증가로 이어질 건 불 보듯 뻔하다. 솔베르그 총리의 야망은 그만큼 더 멀어지는 셈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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