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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2014년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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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기다. 사람들은 소주 한잔에 힘든 한 해를 잊고 새해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는 좋아질 거라고 하니까 어려워도 좀 더 참아보자"고 서로를 위로한다.

2014년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의 시각은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거시지표에 근거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1분기 1.5%에서 3분기에 3.3%로 높아졌고, 내년에도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정부로부터 나오고 있다. 경상수지가 22개월째 흑자행진을 거듭해 올해 사상 처음 흑자규모가 600억달러를 훨씬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도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 3월 미국이 양적완화(QE) 정책에서 철수할 것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으나 한국에는 오히려 투자자금이 유입되어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11월 2000대를 넘어섰고 일본의 엔화약세로 인한 타격이 별로 크지 않다는 점도 한국 경제에 자신감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2014년이 본격적이고 장기적인 위기의 시발점이 되리라고 보는 정반대 시각도 있다. '깨진 유리창의 징후(broken window indicators)'처럼 거시지표는 멀쩡해 보이지만 잠재되어 있는 미시적 위기 징후가 심각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때문에 미국 재무부가 노골적으로 원화절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QE 축소와 중국 경제의 향방,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 일본 아베노믹스 추이와 같은 위험변수가 잠복해 있다.

대내적으로 가장 큰 우려는 증대되는 대기업 부실이다. LG경제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전체 비금융기업 가운데 영업을 해서 이자비용을 내기도 어려운 한계기업이 170개나 되고, 이 가운데 대기업이 80.6%(137개)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내년에 이들 한계기업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2014년의 거시 경제지표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한계기업이 불황의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설 가능성은 별로 없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에 이자 갚느라 정신이 없어 민간소비가 늘지 않고 있다. 기업투자도 늘지 않고 오히려 부실 대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 신용경색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간 STX그룹과 동양그룹, LIG는 물론 최근 부실 징후가 포착돼 자의 반 타의 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동부, 한진과 현대 등 6개 그룹을 포함할 경우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재 이름이 거론되는 몇몇 대기업이 만약 추가 부실화될 경우 곧바로 금융권에 신용경색이 와서 그 충격이 다른 기업과 중소기업들에 빠르게 '감염(contagion)'될 것이다. 내년에 만기가 되는 무보증 회사채가 41조2000억원이나 되는데 금융시장이 불안해 만기 연장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대기업들이 은행에 매달릴 것이고, 은행 돈이 부족해지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극도의 신용경색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채권은행의 재무위험 관리대상을 확대하고 기업의 부실위험 관리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외에도 구조조정 차원에서 쏟아지는 대형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시장이 하루빨리 정비돼야 한다. 금융긴축 상황 발생 시 연쇄폭탄을 맞을 수 있는 중소ㆍ중견기업들도 실적관리와 자금운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예고된 위험은 위험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2014년을 긍정적으로 넘길 수 있는지 여부가 정부와 기업 모두의 시험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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