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2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가까이 관람할 수 있는 곳은 발사대에서 8마일가량 떨어진 잔디밭이었다. 발사 시각이 다가오자 커다란 전광판에 발사대 앞 VIP석에 영부인, 주지사가 자리 잡는 모습이 나왔다. 드디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그 때 난생 처음으로 '지축을 흔드는' 소리를 들었다. 발사대에서 한참 떨어져 있음에도 발밑으로 어마어마한 흔들림이 전해졌다.
1969년 최초의 달 착륙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 발사 때는 우리가 달렸던 케네디센터 주변 고속도로에 백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전 세계 7억명이 TV 발사 중계를 시청했는데 당시 TV 보급률을 생각하면 선진국 사람들은 거의 모두 지켜보고 있었던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발사 전날 노새들이 이끄는 마차를 앞세운 시위대가 당시 토마스 페인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면담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대표자는 그 전 해 암살당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후임인 랄프 애버내시 목사였다.
그는 달 탐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과 기술을 헐벗고 굶주린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 대치 상황은 참으로 영화 같았다. 발사대에 세워진 새턴 로켓이 최첨단의 거대 과학기술을 상징한다면 마차를 끄는 노새들은 빈곤의 수렁에서 좀체로 헤어나오지 못하던 당시 미국 인구 5분의 1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15일 달탐사선 '옥토끼' 착륙에 성공하여 미국, 소련에 이어 세 번째로 달에 착륙한 나라가 되었다. 물론 유인 달 착륙은 아직까지 미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도 2020년 달탐사선 발사 계획을 세우고 최근 15개 출연연구소들의 협업연구에 착수했다. 단언컨대 앞으로 달 탐사계획에서 부닥칠 정말 어려운 문제는 페인 국장의 말처럼 기술개발이 아니라 왜 달에 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일 것이다. 실제 의회 예산 심의 때마다 지긋지긋하게 NASA를 괴롭힌 것은 "지구 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왜 우주로 나가려고 하냐"는 질문이었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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