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외국인 폭동으로 속살 드러난 싱가포르의 인구 부족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지난 8일 발생한 싱가포르의 외국인 폭동은 싱가포르의 외국 노동력 의존도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관리 정책의 고삐를 죌 태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 노동자 의존도가 워낙 높아 제대로 될지는 두고 볼 일이이다.
10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리센룽 총리는 40여년 만에 처음 일어난 외국인들의 폭동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리 총리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폭동과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고 조사위가 사태의 원인과 대처방식, 외국인 노동자 밀집지역에 대한 정부의 관리방식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리틀 인디아’ 지역에서 싱가포르 운전사가 모는 버스에 인도 출신의 근로자가 치여 숨지자 400여명의 외국인이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인도인 24명, 방글라데시인 2명을 체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도 27명이 다쳤다.
이번 폭동의 근본원인은 싱가포르가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인을 적극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취한 이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쏟아져 들어온 게 꼽히고 있다.
싱가포르 인구는 2012년 말 현재 약 540만명인데 이 가운데 130만명이 외국인이며 특히 60만명 정도가 인도와 방글라데시, 중국 본토인이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36명이 숨진 1964년 인종 폭동 이후 공중집회를 엄격히 규제해 그동안 이렇다 할 대규모 시위는 없었다.
그렇지만 인구의 약 24%에 이를 만큼 외국인 숫자가 늘어나면서 인구 과밀과 인프라 부담, 싱가포르 저임금 노동자와 외국인 근로자 간 임금 경쟁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해 폭동은 시기만의 문제였지 예고된 것과 다름없었다.
특히 싱가포르 내 소득불평등이 나빠지면서 평온한 도시 국가의 수면 밑에는 불만의 화약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버스 파업이 발생했을 당시 드러난 임금불평등은 충격과 다름없었다. 중국 본토인 출신의 버스 운전사는 말레이시아 출신 운전사에 비해 채 4분의 1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외국인 근로자들이 물밀듯이 밀려듦에 따라 저소득 싱가포르인들의 소득은 급격히 하락해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급격히 나빠졌다.
싱가포르 정부는 리틀 인디아에 대해 금주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싱가포르 주민들은 생활비 상승과 인프라 부족,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하락을 이민자 증가 탓으로 돌리는 것도 한계에 봉착했다.
더욱이 다수 외국인 근로자들이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말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싱가포르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인은 인구부족과 성장이라는 상호모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구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여성인력의 활용 외에는 단기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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