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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귀양살이하는 세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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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편의시설도 없이 살았습니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저는 세종시입니다. 제 꿈은 명품도시였습니다. 교통은 사방으로 시원스레 뚫려 있고, 주민생활편의에 웃음꽃 피우는 자생도시로, 아이들은 스마트 교육으로 거듭나는 교육도시가 되고자 했습니다. 여기에 정부 중앙 부처들이 자리 잡아 행정 중심, 행복 중심, 대한민국 중심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달 13일부터 교육부, 문화부, 고용부 등 6개 부처가 2단계 이전을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나 않을 지 속이 타들어갑니다. 지난 1년 동안 먼지가 뿌옇게 낀 도시에서 주민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이 없어 다른 학교를 빌려 공부를 하고, 영화관 하나 없는 척박한 문화생활을 했습니다. 첫마을에 사는 어떤 부모는 밤새 열이 펄펄 끓어오르는 간난아이를 안고 대전, 천안, 조치원, 공주까지 달렸습니다. 가까운 곳에 마땅한 병원 하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속으로 울었습니다.
무엇보다 세종청사를 제대로 안착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픔입니다. 세종청사에서 가까운 첫마을 아파트에는 희한한 주거형태까지 나타났습니다. 마땅한 집이 없다 보니 방 3개 짜리 아파트 하나를 마련해 공무원 세 명이 각각 방 하나씩을 차지하는 이른바 '셰어하우스'를 만든 겁니다. 그들은 가능한 늦게 퇴근합니다. 일찍 끝나더라도 집으로 직행하지 않습니다. 세 명이 같이 쓰다 보니 얼굴 마주치지 않으려 한 거죠. 잠 잘 시간이 돼서야 집에 들어와 잠만 자는 집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공무원들이 첫마을 단지에 수두룩합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업무 비효율성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공무원들은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근버스를 타고 세종청사로 내려옵니다. 아침에 출근했던 공무원들이 점심 때 보면 거의 자리를 비웁니다. 갑작스런 회의와 국회 업무 등으로 오자마자 오송역에서 고속철도(KTX)를 타고 광화문으로,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참, 미안한 일입니다. 모두 제가 제대로 못해서 그렇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이 모든 문제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부처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계속 간다면 행정 중심, 행복 중심의 도시가 아니라 갈등 중심, 비효율 중심의 도시·청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2단계 이전이 마무리되면 세종청사는 명실상부한 중앙부처의 면모를 갖춥니다. 국무회의 등 주요 회의가 세종청사에서 열릴 겁니다.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거듭나는 세종시, 세종청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속앓이 한 주민들, 공무원 여러분! 눈이 많이 오는 겨울입니다.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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