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받는 세비가 비교적 적은 수준이라구?"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가 소득수준 등의 요인을 감안했을 때 주요 선진국 의회 의원들이 받는 세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사무처는 14일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선진국에 비해 과한 수준이 아니라는 내용의 '국회의원 권한 및 지원에 대한 국내외 사례 비교'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은 이 책자를 통해 "국회의원의 효율적 의정활동을 위한 지원제도가 국민적 정치불신 정서에 기대어 그 목적이나 다른 준거집단과의 비교 없이 무분별하게 비판받아 왔다"며 "이번 책자 발간을 계기로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생산적인 비판이 이루어지고 국회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소책자와 관련해 국회사무처는 "우리 국회의원의 세비는 1억3700여만원으로 일본, 미국, 독일보다는 낮은 수준이며 프랑스와 영국보다는 높지만 이들 국가는 세비 외로 퇴직수당을 지급하거나 일정 부분 외부소득이 허용돼 우리 국회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같은 설명은 상식적인 설명이라고 보기에는 문제점이 몇가지 있다. 국회사무처에서 먼저 국회의원의 세비문제에 대한 오해 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온 만큼, 이번 기회를 계기로 국회의원 세비 문제에 대한 오해들을 실질적으로 없애기 위해 제대로 점검토록 하겠다.


◆ 세비란?

먼저 세비라는 말은 '국회 의원이 매월 지급받는 수당 및 활동비'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 세비는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등으로 규정된다. 국회사무처의 설명에 따르면 국회의원 세비는 매월 지급되는 일반수당(646만4000원) 관리업무수당(58만1760원), 정액급식비(13만원), 입법활동비(313만6000원), 특수활동비(회기중 1일당 3만1360원, 폐회중·결석시 미지급)와 연간으로 지급되는 정근수당(646만4000원), 명절휴가비(775만6800원)으로 구성됐다. 회기중 출석할 때 지급되는 특별활동비를 제외하면 국회에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연간 1억3796만1920원(월 평균 1149만6826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회기 동안 꾸준히 등원한다면(회기를 300일로 추산할 경우) 1억4736만9920원을 세비로 수령할 수 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사소한 문제를 지적하자면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의 세비를 1억3700여만원이라고 표현하는데 표현상의 오류는 없지만 '여만원'이라는 표현 속에 96만원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196만원을 100여만원이라고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약 1억3800만이라는 표현이 실상을 보다 잘 보여주는 표현일 것이다. 물론 이는 사소한 트집잡기에 불과하다.


◆ 일본 하원의원 세비는 2억3698만원


국회사무처는 주요선진국과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를 직접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원은 1억9488만원, 영국 하원의원은 1억1619만원, 프랑스 하원의원은 1억2695만원, 독일 하원의원은 1억4754만원, 일본 하원의원(중의원)은 2억3698만원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같은 단순비교는 무리일 수 있다. 세비 지급 외에도 각국에서 의원들을 지원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할 경우 사실의 단면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비라는 단일 기준을 적용해 비교할 경우 각국의 의원들이 받는 세비는 일본 > 미국 > 독일 >= 한국(특수활동비를 얼마나 받는지에 따라 달라짐) > 프랑스 > 영국 순이 된다.


이같은 계산은 특수활동비를 제외한 '약 1억3800만원'의 한국 국회의원의 세비만을 기준으로 할 때 간단한 산수만 한다면 일본, 미국, 독일의 의원들이 한국 의원들보다 많은 돈을 받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통계는 각각 환율이 1달러당 1120원, 1유로당 1490원, 1파운드당 1750원, 100엔당 1140원을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다. 현재 환율이 당시에 비해 원화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실제 격차는 이보다 줄 수 있다. 11월15일 기준으로 각국의 환율을 살펴보면 1달러는 1063원, 1유로는 1430원, 1파운드는 1707원, 100엔은 1060원의 가치를 가진다. 이 환율을 적용하면 미국 하원의원은 1억8496만원, 영국 하원의원은 1억1334만원, 프랑스 하원의원은 1억2184만원, 독일 하원의원은 1억4160만원, 일본 하원의원은 2억2035만원을 세비로 받는다. 환율을 어느 시점으로 적용하느냐에 따라 300만원에서 1500만원 가량 달라진 것이다. 따라서 최근 환율을 적용할 경우 선진국과 우리나라 국회의원간의 세비 격차는 줄어들었다.


◆ 약 1억3800만원의 세비는 적당한가


환율 문제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단순히 국가간 세비의 차이를 근거로 한국의 국회의원이 비교 대상국에 비해 특권 또는 혜택이 적다고 보는 주장은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각국의 소득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세비 1억3796만원에 관한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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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1인당 국내총생산(GDP, 2012년 IMF 자료)가 2만2589달러인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1인당 GDP가 231달러인 콩고민주공화국이나 251달러인 말라위의 국회의원들보다 많은 세비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콩고민주공화국이나 말라위의 국회의원이 한국의 국회의원보다 많은 세비를 받는다면 해외토픽이 될 것이다. 반대로 한국의 세비가 이들 나라보다 적다면 이 역시 토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판단이 상식적이라면 미국 하원의원 (1억9488만원) > 한국 국회의원 (1억3796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미국 하원의원 보다 세비를 덜 받는다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사무처가 꼽은 5개 나라의 지난해 1인당 GDP(명목, 2012년 IMF 자료)을 살펴보면 미국은 5만1704달러(한국의 2.28배), 일본 4만6707달러(한국의 2.06배), 독일 4만1866달러(한국의 1.85배), 프랑스 4만1223달러(한국의 1.82배), 영국 3만9161달러(한국의 1.73배)로 집계된다.


거친 비교지만 국민소득 대비 한국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 비율을 이들 나라에 적용하면 미국 하원의원은 3억1578만원, 일본은 2억8562만원, 독일은 2억5569만원, 프랑스는 2억5176만원, 영국은 2억3917만원을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한 국민소득의 차이에 기초했을 경우 주요 선진국의 의원들은 한국 수준에 비해 1억2500만원에서 4800만원가량을 덜 받고 지내는 셈이다.


반대로 소득수준 대비 세비 지출이 짠 영국의 비율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면 한국의원들은 6721만원 가량을 받아야 한다.(*1인당 GDP 소득이 3만9161달러인 영국에서 하원의원이 1억1134만원을 지급하는 비율을 2만2589달러를 받는 한국의 그대로 적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후한 일본의 소득수준 대비 세비 비율을 적용하더라도 1억1461만원 수준에 불과하며 미국의 하원의원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7960만원수준에 그친다. 즉, 한국의 세비는 소득수준을 감안했을 때 비교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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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세비는 각국의 정치환경과 문화, 세비 이외의 각종 수당 등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누가 덜 받고 더 받는 문제만을 가지고서 특권이 과하다, 과하지 않다 등을 판정할 수는 없다.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 행사 등에 들어가는 경조사 비용등을 제하면 세비 가운데 생활비로 쓸수 있는 돈은 평범한 직장인 급여보다도 적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단순히 우리의 소득수준을 감안했을 때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세비가 과도하다는 결론은 일방적으로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각국의 세비 수준과 비교했을 때 한국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는 소득수준을 감안했을 때 분명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소득수준에 비해 많은 세비를 받는 한국 국회의원들은 선진국의 의원에 비해 더욱 큰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권한이나 혜택이 남들보다 더 주어졌을 때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더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세비의 크기만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한국 국회의원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특권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라는 식의 접근법은 비판받아야 한다. 정 사무총장의 말처럼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자료를 바탕으로 생산적인 비판이 이루어져야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회로 한층 다가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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