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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버킹엄궁의 햇빛, 여의도에도 비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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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일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말 서울에는 비가 오락가락하다 월요일부터 갤 것 같다. 이 날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이 예정돼 있는데, '햇빛을 몰고 다니는' 신기한 능력을 국내에서 관찰할 절호의 기회다.

농담이 아니라 중국과 영국에서 벌어졌다는 이 놀라운 광경이 풍성한 외교성과의 기분 좋은 전조였던 만큼, 청명한 가을 아침의 시정연설은 정국 수습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우리는 며칠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의 '내 멋대로' 행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차라리 저녁이라 불러야 할 '오후 5시' 점심을 먹게 된 일도 목격했다. 이 황당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청와대에 들어서는 푸틴 대통령을 반가이 맞아들였다. 화내야 할 때 웃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인데, 푸틴 대통령이 '뜨끔'했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박 대통령의 대인배적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국민도 꽤 많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편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황금마차와 '꽈당' 퍼포먼스로 기억되는 서유럽 방문 이후 다소 올라가면서 '해외순방 후 지지율 상승'이라는 공식을 재입증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외국어에 능통하며 외교 현장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 모습에 국민들은 "저런 대통령을 지지하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좌충우돌 하지 않고 안정감 있으며 품위 있게 보이는 '이미지'가 억지로 만들어질 순 없을 테지만, 최소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넘어진 현장에는 국내외 기자들이 다수 대기 중이었는데, 이 사실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무리수를 둔 것은 청와대가 '이미지 전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방증한다. 해외순방 기간 중 총리를 시켜 정당해산 청구를 의결토록 한 결정도 마찬가지 취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전략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도 없고 유지하려고 애써서도 안 된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때로는 진흙탕 정치판에 관여해야 할 때도 있고, 예기치 않은 질문이 쏟아지는 생방송 기자회견을 자청해 진땀을 흘리는 것도 대통령이라면 응당 감수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성향 그리고 국정 지지율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 '스탠스'를 바꿀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18일 시정연설은 "정치 논쟁이 민생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메시지로 요약될 것임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애초 이런 메시지는 정치 혐오증을 가진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었으나 지금의 민심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증거가 점점 쌓여가면서 최소한 "사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야 할 사람은 현직 대통령이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쟁과 민생은 별개 같지만 완전히 구분할 수도 없다. 정쟁을 방치하면 결국 민생에 악영향을 준다는 측면으로 보면 열쇠를 쥔 박 대통령의 역할은 명확해진다. 반면 박 대통령이 '이미지'에 집착할수록 그 아래 무엇인가 감춰야 할 것이 있거나 혹은 아예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의구심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비오는 주말 시정연설문 작성에 참고하시길 고언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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