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 아니라 중국과 영국에서 벌어졌다는 이 놀라운 광경이 풍성한 외교성과의 기분 좋은 전조였던 만큼, 청명한 가을 아침의 시정연설은 정국 수습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편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황금마차와 '꽈당' 퍼포먼스로 기억되는 서유럽 방문 이후 다소 올라가면서 '해외순방 후 지지율 상승'이라는 공식을 재입증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외국어에 능통하며 외교 현장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 모습에 국민들은 "저런 대통령을 지지하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좌충우돌 하지 않고 안정감 있으며 품위 있게 보이는 '이미지'가 억지로 만들어질 순 없을 테지만, 최소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 전략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도 없고 유지하려고 애써서도 안 된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때로는 진흙탕 정치판에 관여해야 할 때도 있고, 예기치 않은 질문이 쏟아지는 생방송 기자회견을 자청해 진땀을 흘리는 것도 대통령이라면 응당 감수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성향 그리고 국정 지지율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 '스탠스'를 바꿀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18일 시정연설은 "정치 논쟁이 민생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메시지로 요약될 것임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애초 이런 메시지는 정치 혐오증을 가진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었으나 지금의 민심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증거가 점점 쌓여가면서 최소한 "사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야 할 사람은 현직 대통령이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쟁과 민생은 별개 같지만 완전히 구분할 수도 없다. 정쟁을 방치하면 결국 민생에 악영향을 준다는 측면으로 보면 열쇠를 쥔 박 대통령의 역할은 명확해진다. 반면 박 대통령이 '이미지'에 집착할수록 그 아래 무엇인가 감춰야 할 것이 있거나 혹은 아예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의구심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비오는 주말 시정연설문 작성에 참고하시길 고언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1박에 최소 70만원'…한국으로 몰려오는 글로벌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