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일 양국 금융감독 당국이 조사의 내용이나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아 사건의 성격을 정확하게는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보면 믿기 어려운 해괴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대출한도가 초과된 차주에게 다른 사람 명의로 추가 대출을 해주는 등의 편법 대출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른다. 조성된 비자금 중 그동안 차명계좌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된 것만 최소 2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편법 대출을 받아간 차주는 대부분 국내 기업의 일본 현지법인이고, 비자금 계좌는 국민은행 도쿄지점 근무자의 친인척이나 국민은행과 거래가 있는 국내 중소ㆍ중견기업 관계자 명의로 개설된 것이라고 한다.
자산규모로 보나 고객 수로 보나 국내 1위 은행인 국민은행에서, 그것도 해외지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놀랍다. 민영화 국민은행의 신뢰도에 큰 흠집이 났다. 금감원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어 공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출과 커미션을 주고 받은 거래의 상대방과 비자금의 전달경로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항간에서는 어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웠다는 점을 떠올리며 정치권과의 관련성도 의심하고 있다. 금감원의 조사가 엄정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금감원은 다른 은행들의 해외지점에는 유사한 비리가 없는지도 이번 기회에 전반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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