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3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ㆍ상공회의소ㆍ경제동우회 등이 어제 한국인 강제 징용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에 반발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재계는 성명에서 한국인 강제징용 및 근로정신대 등의 청구권 문제는 "대한(對韓) 투자와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데 장애가 될 우려가 있고, 한일 무역투자관계가 냉각되는 등 양국 경제관계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재계가 정치적 사안, 특히 외국의 사법부 판결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양국 경제인들이 이제까지 암묵적으로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왔다는 점에 비춰 더욱 그렇다. 그동안 역사교과서를 비롯한 과거사와 독도, 위안부 문제 등으로 양국 정부가 정치적 갈등 관계에 놓였을 때도 경제만큼은 휘둘리지 않았다.
일본 재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엔 한 번 배상에 응하면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생각과 배상 판결이 확정될 경우 한국 내 자산이 압류될 수 있다는 판단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 징용자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사안'이라는 아베 정권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더라도 일본 재계가 뭉쳐서 외국 사법부 판결에 집단 반발하는 모양새는 이성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민을 자극해 양국 경색 관계를 더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특히 투자와 비즈니스 위축을 내세우는 등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은 유감이다. 강제징용 배상은 풀어야 할 역사적 과제다. 전범 기업의 뒤를 이은 일본 재계가 투자위축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벤츠와 BMW 등 독일 기업이 정부 차원의 배상과 별개로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620억유로(88조3000억원)를 보상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경제 쪽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뜩이나 일본 기업의 우리나라 직접투자가 9월 현재 19억6000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40%가 주는 등 양국 경제관계가 위축된 상황이다. 경제가 경색된 정치, 외교관계와 여론에 휘둘리면 두 나라 기업 모두에 손해다. 한일 양국 정부와 경제계는 감정적 대립을 자제하고 정경분립의 원칙을 지키며 경제협력만큼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해법을 모색하는 데 적극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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