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헌재 재판관 등에 법원장 내정. 청문회 의식한 선임에 사법부 업무파행…삼권분립 엇나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황찬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감사원장으로 내정하자 이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사법부 내부에서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은 ‘사법부 인력 빼 가기’ 행태가 유난히 이번 정부 들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엔 공석이 된 헌재 재판관으로 각각 서울고등법원장과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취임한 지 한 달여밖에 안 된 조용호 재판관과 서기석 재판관을 지명했다. 이로 인해 법원은 연쇄적으로 법원장 인사를 해야 했다. 조병현 대전고등법원장과 황찬현 가정법원장을 서초동 법원종합청사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공석이 된 두 자리는 메우지 못해 박삼봉 특허법원장과 박홍우 서울행정법원장이 겸임해 오고 있다.
황 감사원장 내정자의 경우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이끌게 된 지 불과 반년 만에 다시 감사원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성보 전 법원장이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장으로 간 데 이어 서기석, 황찬현 원장까지 자리를 옮기게 되면 불과 1년 사이 세 차례나 수장이 바뀌는 셈이다. 지난 5월 헌재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용헌 전 광주고등법원장까지 포함하면 4곳의 법원이 사실상 내년 정기인사 전까지 법원장 자리를 비워둘 전망이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법원장의 자리이동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이번 정부 들어 특히 심해졌다”며 “조직의 안정성을 위해서나 행정적인 면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각 재판은 재판부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만 법원 차원의 모니터링, 추진 중인 행사에 차질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의 인사 행태가 삼권분립은 물론 사법부의 안정적 운영에 대한 우려까지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의 잇따른 ‘법원장 뽑아 쓰기’ 인사에 대해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청문회에서 재산문제, 사적인 문제 등이 불거지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출이 덜 된 법원장을 임명하는 게 무난하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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