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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자화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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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가 다 됐는데 오지 않는다. 문을 걸고 들어갈까, 생각하다 좀 더 기다리기로 한다. '어느새 그 남자에게 중독된 걸까' 생각해보지만, 그건 아니다. 중년의 평범한 아저씨 인상. 구태여 특징을 찾는다면 가는 눈에 두툼한 눈두덩(가게에서 웃는 걸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만약 웃는다면…, 미욱해 보이는 눈두덩 살이 위로 밀려올라가 그 작은 눈을 뒤덮어버릴 것이다). 이미 상당부분 빠져버린 가운데 머리(이따금 왼손으로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는데 그 동작은 틀림없이 정수리 쪽 머리가 빠지면서 생긴 버릇일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앞머리를 뒤로 넘겨 휑한 곳을 커버하기 위한,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처절한 동작). 어깨는 늘 구부정하다. 구석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두드릴 때 옆에서 보면 어깨와 등이 둥그렇게 말려 굼벵이를 연상케 한다(막대기로 쿡 찌르면 아주 느린 속도로 몸통의 주름을 서서히 말아 둥글게 웅크리는 허옇고 살집 좋은 굼벵이). 그러니까 여성의 시선을 끌만한 구석은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이다.

오늘도 그가 왔다. 저녁 8시 조금 지난 시간. 늘 그렇듯 검정 배낭을 메고 들어왔다. 조리 슬리퍼도 그대로다. 진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시켰고, 반냉장고에서 머시룸 샌드위치도 하나 집어왔다(입가에 뭔가 희미하게 묻은 걸로 봐서 저녁은 먹고 온 게 분명한데…, 아직도 허기진 걸까). 계산을 하고 늘 앉는 구석 자리에서 노트북을 꺼내 '작업 모드'로 들어간다. 의자 밑 콘센트와 노트북을 코드로 연결한 뒤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담배 피러 가는 것이다. 오자마자 한 대, 노트북을 두드리다 한 대, 밖을 쳐다보다, 카페 안을 휙 둘러보다, 다시 노트북, 밖, 가게 안을 반복하다 한 대.
이윽고 10시, 청소할 시간에 맞춰 그가 노트북을 접는다. 커피 마시랴, 샌드위치 먹으랴, 화장실 다녀오랴, 틈틈이 담배 피우랴, 안팎의 '짧은 치마' 힐끔거리랴, 그의 글쓰기 작업은 진척이 없어 보였는데 벌써 오늘 치를 다 쓴 걸까. 조금 전 자리를 비운 틈에 살짝 들여다봤을 때 작업량이 원고지 6매가 채 안됐는데…. 그리 짧은 글을 쓰려고 1시간여 동안 어깨를 둥그렇게 말고 얼굴 찌푸리며(가뜩이나 험한) 고민한 것일까. 어이없다.

<치우(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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