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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출범5년 성과와 과제 (3)교수·학생들이 말하는 로스쿨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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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양성학원 우려...法大와 다른게 뭔가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동기들과 시간표가 거의 똑같아요. 다들 변호사시험 합격에 유리한 과목을 수강신청하는 거죠."
서울시립대 로스쿨 2학년인 이모씨(30)는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의 목적과 달리 교과 과정은 획일화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학생과 교수들, 법조계 주변에서는 로스쿨의 법학 교육과정이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로스쿨이 시험위주의 교육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홍성방 서강대 로스쿨 학장은 "학생들이 시험에 연연해하기 때문에 특성화, 전문화 과목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당시 전국 25개의 로스쿨은 각각 조세·특허·부동산 등 특성화 분야를 내세웠다. 그러나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특성화라는 말은 좋지만 사실상 의미는 없다"며 "학교로서는 수요자인 학생들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데 학생들은 무엇보다 변호사 시험 합격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인하대 로스쿨 재학생인 김모씨(31)는 "학교 특화분야인 특허재산법이 수강생이 없어 폐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변호사 시험의 낮은 합격률이 다양한 교육을 해치는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변호사시험 1~2회 합격률을 로스쿨 입학정원 2000명의 75%인 1500명 선으로 정했다.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이 이듬해 응시자에 가산될 걸 고려하면 합격률은 해가 갈수록 급격히 낮아진다. 로스쿨 도입을 주도한 전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추진단장 김선수 변호사는 "변호사의 자격증화가 목적인데 합격률을 정해 정원제로 운영하고 있으니 로스쿨 도입취지가 흔들린다"며 "다른 자격증처럼 절대평가로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합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견도 제기되고 있다. 신평 교수는 "무조건 합격시키는 것은 고시낭인을 없애자고 인생의 낭인을 만드는 일"이라며 변호사 수가 급증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한편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정부가 2000명이라는 총입학정원을 결정하는 과정 어디에도 변호사직 및 로스쿨 개설 후 시장의 수요를 합리적으로 고려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학생들 또한 "변호사시험을 정원제로 운영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합격률이 학교의 평가기준이 되니 학교들도 민감하다. 2011년 변호사 시험 1기 합격률 발표 후 경북대 로스쿨 학장이 사임하는 일까지 있었다. 영남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학생들은 학교 측이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시험에 떨어질 만한 학생을 유급시킨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들이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법학전공자의 선발을 점차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시행 첫해인 2009년 65.6%이던 입학생 중 비법학사 비율이 올해 44.6%로 급감했다.

엄격한 학사관리 또한 다양한 교육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호사 합격률을 정할 때 정부는 변호사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로스쿨이 엄격한 상대평가와 유급제도를 지키도록 했다. 그러나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현행 제도에서 학점이 취업 시 중요한 요소가 돼 학생들이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립대 로스쿨 재학생 이모씨는 "조세관련 과목에 세무사, 회계사 출신들이 많으면 학생들이 수강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며 "다른 학생들의 수강현황이 판단요소가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무교육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인하대 로스쿨생 김모씨는 "졸업까지 실무교육 기간은 2주밖에 안됐다"며 "기관과 로펌에 1주씩 나갔지만 아직 체계적 커리큘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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