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붕 뜬 정책금융公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진영욱 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정금공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이동춘 부사장이 당분간 사장 대행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책금융 개편을 주도한 정부가 정금공을 압박해 오히려 정책금융의 공백을 만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8일 정책금융공사에 따르면, 현재 정금공의 등기이사는 2명 뿐이다. 등기이사는 이동춘 부사장과 나성대 이사로, 이 부사장이 사장대행을 맡게 되면 사실상 이사 1명이 임원업무를 도맡아야 한다.
지난 6월 임기 만료로 퇴임한 정낙균 감사의 자리는 현재까지 공백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감사직도 없는 상태에서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진 사장의 빈자리 역시 채워지지 못한 채로 내년 7월 예정인 산업은행과의 통합 때까지 유지된다. 등기이사 2명과 집행간부(본부장 1명)가 나머지 17개 부서와 지사2개, 뉴욕사무소까지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책금융공사 노조 관계자는 "감사직에 이어 사장까지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 "공사의 존재 이유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일할 의욕을 상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금공의 주요 과제들도 힘을 받기 어려워졌다. 당장 진 사장의 사퇴 이후 시장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가 백지화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KAI 매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나타냈던 진 사장이 사퇴했기 때문. KAI 매각 실사단은 지난 7월 매도자 실사를 완료한 이후 지금까지 매각공고 일정을 결정하는 주주협의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산은과의 통합 후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중소기업 관련 업무 역시 직원들이 의욕적으로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금공의 주된 업무 중 하나인 온렌딩 대출의 경우, 직원들 사이에서는 '산은으로 통합되면 축소될 사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금공 관계자는 "온렌딩은 정금공이 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은행정보가 정금공에 모두 공유된다"며 "산은으로 업무가 이관되면 경쟁은행(산은)에 회사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우려돼 은행권이 온렌딩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안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국감을 앞두고 진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어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진 사장의 사퇴로 국감서 정책금융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금융 개편안과 관련한 정부의 논리가 확실해야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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