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의 복지부 장관 사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중국 목록학의 시초로 꼽히는 유향(劉向)은 6 종류의 좋은 신하와 6 종류의 나쁜 신하를 구분해 정의했다.


좋은 신하 6 종류는 앞일을 헤아려 군주에게 선정을 베풀도록 하는 성신(聖臣), 옳은 길을 가도록 보필하는 양신(良臣), 어진 사람을 적극 추천하는 충신(忠臣), 일을 잘 처리해 군주를 편안하게 하는 지신(智臣), 원칙을 존중하고 검소한 정신(貞臣), 잘못을 거침없이 지적하는 직신(直臣)이 있다. 반대로 나쁜 신하 6종류는 녹을 탐하고 지위에 안주하는 구신(具臣), 아첨을 일삼는 유신(諛臣), 겉과 속이 달라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간신(奸臣), 남을 참소해 분열을 일으키는 참신(讒臣),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적신(賊臣), 군주의 혜안을 가려 나라를 망치는 망국신(亡國臣)이 있다.

좋은 신하들이 있는 나라라면 당연히 부강하고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반대로 나쁜 신하들로 가득한 나라라면 국민들의 삶은 도탄에 빠지게 될 것이다. 국가 지도자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세상만사를 직접 다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좋은 보조자들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책 '직신'의 저자 고제건은 "시대를 막론하고 이런 지침들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직에 오르면 바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부귀와 권세를 탐하는 사람의 욕망을 억누르고 옳은 길을 가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욕망이 권리로 취급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는는 소수의 사람이 귀하다. 직신이 절실한 시대다.


최근 정부의 정책이 자신의 뜻, 양심과 다르다는 이유로 장관직을 던진 이가 있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의를 대통령이 받아들임에 따라 이제 진영 새누리당 의원(용산구)라고 불리게 된 그를, 직신에 포함될 수 있을까?

진 의원의 장관직 사퇴 배경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있다.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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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의원은 자신의 사퇴 이유를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하는 것에 여러 번 반대했고 이런 뜻을 청와대에도 전달했다"며 "그동안 제가 반대했던 기초연금안에 대해 제가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을,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나.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모든 국민에게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과 관련해 진 의원은 모든 국민 대신 소득 및 재산에 따라 차등지급하겠다는 입장은 동의하지만, 국민연금에 연계하는 방안과 관련해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연계할 것인지 여부가 그에게 있어서는 양심의 문제로 받아들여져, 장관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약간 다른 설명도 있다. 국민일보는 3일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진 의원이 장관 사퇴전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했지만, 비서실에 의해 거절당하자 사퇴를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진 장관의 사임을 두고서 정권 핵심의 잘못된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같은 보도내용을 의식한 듯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 의원의 장관직 사퇴에 대해 "문고리권력, 환관정치의 폐해로 보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 의원이 장관직 사퇴전에 면담 요청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진 전 장관은 한번도 면담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해당 내용을 부정했다.


진 의원의 장관직 사퇴 이유가 정책에 대한 이견이든 청와대 비서진과의 불협화음이든, 그 자신에게는 엄청난 결심을 요구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과의 인간적 관계 뿐 아니라 이 정부에서 진 의원에게 기대했던 몫이 컸기 때문이다. 진 의원의 전격적인 장관직 사퇴는 결국 박근혜 정부로 하여금 공약 후퇴 논란을 한층 무겁게 받아들이게 했고, 기초연금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키웠다는 점에서 평가할 부분이 있다. 특히 조용한 사퇴 대신에 정부에 쓴소리를 던지고 나가는 그의 사퇴 방식은 호랑이 꼬리를 잡는 일처럼 위태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장관직 사퇴 이후 진 의원은 동료 의원 및 국민들로부터 '배신자',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들어야했다. (물론 그가 옳은 일을 했다는 평가도 있긴 하다.)


진 의원의 사임 문제를 두고서, 목숨을 걸고 바른 말을 했던 선비들과 비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진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진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이번처럼 충격적인 방식의 사임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의원 신분을 유지하기 때문에 정권의 눈밖에 나더라도 자신 한 몸은 지킬 수 있다는 것이라는 발상인 셈이다. 마치 '회사의 부정을 참지 못하고 젊은 직원이 직장을 관뒀는데, 알고 보니 그 직원의 집은 부자라서 월급 받는 문제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더라'와 유사한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집이 부자라서 월급 걱정을 하지 않더라도 회사의 부정에 맞선 젊은 직장인의 결기가 존중받아야 하듯, 진 의원의 결단 역시 평가해야 할 대목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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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의 변 말미에 "국민의 건강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던 진 의원은 과연 직신으로 기억될까?


그에 대한 판단은 그가 장관으로서 어떤 선택을 했느냐 외에도 의원으로서 어떤 의정활동을 거치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다만 그가 '죽음도 불사했던 강직한 선비들'인 직신으로 기억되기 위해 유념해야 할 점은 충성의 대상이 국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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