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2년간 숙성..나무 결따라 만든 고가구, 못질 없는 짜임새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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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명품 <12> 소목장 박명배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우리 전통 목가구는 '자연이 만든' 조형예술입니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것'이 바로 우리 목가구의 아름다움이죠"

40년 넘게 나무를 깎아 전통가구를 만들어 온 박명배 소목장(63)의 이야기다. 대목(大木)이 전통 한옥을 짓는 목수를 뜻한다면 소목(小木)은 한옥에 들어가는 장롱ㆍ궤ㆍ경대ㆍ책상ㆍ문갑 등의 목가구를 제작하는 목수를 의미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인 박씨는 지난 1992년 '의장'(전통 옷장)을 출품해 '전통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는데, 지난 2010년과 올해에는 그가 가르친 두 명의 제자들이 대통령상을 거머쥐면서 소목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11일 서울 삼성역 인근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그를 만났다. 박 씨는 이곳에서 일주일에 세 번 80명의 수강생들에게 소목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전통 목가구의 미(美)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박씨는 "우리 전통가구가 지닌 담백하고 은은한 분위기와 조형, 비례는 모두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었다"고 확신했다. 이유인즉, 계절적 영향으로 수축, 팽창하고 수분에 민감한 나무의 성질을 극복하기 위해 전통 목가구의 디자인이 탄생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목가구는 300~500년 고령의 아름드리 나무를 판으로 쪼갠 후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풀이나 기름을 발라 2년 정도를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친 뒤 면 분할 방식으로 짜 맞춰 만들어진다. 이때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판과 판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맞추는 것을 '짜맞춤 기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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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이외에 소목에서 또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소재로 쓰이는 '나무'다. 한국전쟁 이후 전란으로 민둥산이 대부부이었던 우리나라는 30년 넘는 기간 동안 정부의 산림녹화사업에 의해 짧은 수령의 나무들이 많다. 하지만 소목으로 쓸 나무는 시골마을의 당산나무와 같이 고령에 큰 나무여야 한다. 이런 나무를 구하러 전국을 돌아다닌다는 박씨는 "나무는 잘못 고르면 수 천만원을 날리는 경우도 있다"며 "고르는 데 실패해 가며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나무 보는 눈을 키워왔지만, 아무래도 좋은 나무는 인연이 닿아야 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박씨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목수가 되길 결심하고 상경했다. 당시 18살이었던 그는 서라벌 예술대(현 중앙대)의 최회권 교수가 운영하는 공방에 취직하면서 소목일을 시작했다. 이후 최 교수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자 소목장인이었던 허기행 선생을 통해 전통가구의 '짜맞춤 기법'을 배웠다. 소목에 발을 들인 지 13년만인 1981년, 그는 독립해 개인공방을 운영하게 되는데 그 때 청와대 영빈관 영부인 접견실과 로마 교황청박물관 한국관 내의 전통가구를 제작하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 영부인 접견실의 사랑방 가구제작에 참여하면서 만난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는 인연이 깊다. 그는 "당시 최 관장님과 함께 가구 도안을 그리고 수정해가며, 옛 고가구들을 살펴보고 익히면서 우리 전통공예의 미적 감각과 안목을 익힐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스웨덴, 오스트리아, 일본, 미국 등 한국문화원 내 우리 고가구를 제작해 선보여 왔으며 20년 가까이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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