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녹취록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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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녹취록에는 29일 국가정보원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의 혐의내용이 거의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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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 참석, "혐의내용 전체가 날조다. 저와 통합진보당은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을 믿고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수사과정에서 녹취록이 법리적으로 증거능력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녹취록외에 혐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계획도 확보해야 혐의입증에 국정원이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30일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 회동에서 비밀조직으로 알려진 이른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산악회' 회원 130여명과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했다. 이 협의 혐의로 이날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녹취록에는 이 의원이 "전시상황 같은 중요한 시기에는 우리가 통신과 철도, 가스, 유류같은 것을 차단시켜야 되는 문제가 있다"며 "오늘 이 시작으로 격변정세를 주동적으로 준비하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으로 물질적으로 강력하게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당시 비밀모임에 함께 한 것으로 보이는 이 의원과 진보인사들의 발언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있다. 이 녹취록은 국정원 '조력자'가 녹음해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의 녹취록에는 "지금은 낡은 지배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단계로 가는 대격변기이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어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하면 물질 기술적 준비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새 형태의 전쟁이다. 그야말로 끝장을 내보자"는 선동적인 발언도 나타난다.


그 자리에 있던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필승의 신념을 구체화하려는 방법도 제기됐다.


한 인사는 "전시상황에서 통신과 철도, 가스, 유류같은 것을 차단시켜 타격을 주자"는 말과 함께 '혜화동과 분당에 있는 통신시설', '철도는 통제실', '화약생산하는 곳' 같은 단어도 나온다.


국내 인터넷망을 국외로 연결하는 관문인 KT혜화지사, 분당인터넷데이터센터, 정유사 외에 석유공사 비축기지 등이 입주한 국가기간시설인 평택물류기지를 뜻하는 말이다.


특히 KT 혜화지사는 서울지역 전화와 초고속인터넷망이 모이고 국내 인터넷망이 국외로 연결하는 관문과 같은 곳이다. 이곳의 DNS(인터넷 주소 신호를 받아 사이트를 찾아주는 역할) 서버에 이상이 생기면 국내 인터넷 서비가 마비되는 통신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또 국내 최대 유선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혜화지사가 공격받으면 인터넷뿐 아니라 음성 통신망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인터넷 데이터의 창고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가운데 분당인터넷테이터센터(IDC) 역시 기업과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데이터 서버와 내부 전산망 운영 장비가 설치돼 있다. 분당은 KT 이외에 여러 정보통신업체 IDC센터와 대법원 전산정보센터 등 국가 주요 통신시설이 집결된 통신 거점 지역이다. 평택물류기지는 정유사 외에도 석유공사 비축기지 등이 입주해 수도권에 석유·가스를 공급하는 국가 기간 시설이다.


인명을 살상하려는 목적으로 보이는 무기 확보에 대한 발언도 나온다.


권역별 참석자 토의에서는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장난감총을 개조하면 사람을 조준할 수 있다"거나 "인터넷에 들어가면 중학생도 폭탄을 만들어 사람을 살상시킬 만큼 위협을 만들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와 공안당국의 주목을 끌 만한 수위에 이른다.


물리적인 타격도 중요하지만, 주요 시설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경기도 동두천에 대부분 미군이 거주하고 있고 미군 아파트도 있기 때문에 미 군속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일상생활에서 파악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말과 "연락체계, 후방교란, 무장과 파괴는 어떻게 할지 팀을 구성하고 대응책을 준비해 가야 한다"는 대비태세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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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는 "격변 정세를 주동적으로 준비하는 것에 대한 결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물리적으로 강력하게 준비하기를 바라면서 강의를 마치겠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발언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정원이 확보했다는 이 녹취록이 이 의원을 비롯한 130여명에 대한 내란음모혐의를 입증할 만큼 확실한 증거능력이 과연 있는 것인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국정원이 추가로 가졌는지 앞으로 수사 추이가 주목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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