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은행권이 6월 '자금경색' 위기를 견뎌낸 가운데 지난달 1~3주 사이 중국 4대 은행 예금 잔고에서 1조위안(약 183조6400억원)이 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인출된 자금이 중국 밖으로 빠져 나간 게 아니라 올해 2ㆍ4분기 재무제표를 그럴 듯하게 포장하기 위한 은행권의 유동성 관리용 '눈속임'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중국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상하이증권보(上海證券報)에 따르면 공상은행ㆍ농업은행ㆍ중국은행ㆍ건설은행 등 중국 4대 은행 예금 잔고에서 7월 1~3주 1조위안이 빠져나갔다. 특히 첫째주 이탈 금액은 무려 7000억위안에 이른다.


중국 은행들은 분기 말 당국이 정한 예대율과 각종 건전성 기준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분기 말에 유동성을 조달해 예금으로 가장하는 전술이다. 예대율을 낮추기 위함이다. 은행은 새 분기가 시작되면 예금 잔고를 원상 복구한다.

또 다른 전술은 은행권의 자산관리상품 관리다. 은행은 분기 말 보고서에서 자산관리 상품의 만기를 고의적으로 분기 말로 설정하곤 한다. 현금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은행은 새 분기가 시작되면 예금고에서 자금을 빼 자산관리상품 만기 상환에 이용하고 그 사이 새로운 자산관리상품 판매로 예금고의 구멍을 메운다.


이런 눈속임은 은행권이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없을만큼 예금 잔고가 부족한 결과다. 인민은행과 은행감독관리위원회도 은행권의 이런 실태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단속할 경우 은행의 줄도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손을 못 대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자금 '돌려막기'로 당분간 명맥을 유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강화된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려면 조만간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 홍콩 소재 리서치 업체 차이나스콥 파이낸셜은 향후 2년 동안 중국 은행권이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 데 필요한 자금은 50억~100억달러(약 5조6290억~11조25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AD

지난달 초상은행이 30억7000만주의 신주 발행안을 발표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자금 조달은 쉽지 않다. 중국 주식시장의 흐름이 지지부진하고 은행권의 '그림자 금융'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신주 발행 물량을 흡수할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은행 스스로 새로운 예금을 유치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중국 정부에 기준 예금 금리를 올릴 유연성이 충분치 않아 은행은 예금 금리도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낮은 예금 금리는 은행이 고수익ㆍ고위험 자산관리상품 판매를 고집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