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화학물질안전원은 여전히 협의 중에 있다. 문제는 조직과 돈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에서는 인원 등 조직과 관련돼 난색을 표하고 있고 가뜩이나 돈이 부족한 기획재정부 쪽에서는 예산 편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런데 2조8000억원이 고스란히 화학물질 안전시스템에 투자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분기별로 점검한다고 하지만 이를 정확히 확인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 등 대부분의 화학 사고는 인재였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 차원의 전문기구가 설립돼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
주무부처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보면 기업체의 반발에 정부가 이를 받아주는 형국이 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통과되고 정부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기업체 달래기였다. 윤 장관을 비롯해 고용부, 안행부, 산업부 장관 등은 지난 5월27일 경제5단체장과 만난 적이 있다.
화학 사고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간담회라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명시된 기업체의 책임의무와 처벌강도에 대한 산업체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산업계는 관련 법률이 지나치게 강력한 규정을 담고 있어 기업체로서는 부담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윤 장관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명확해 보인다. 전문기구인 화학물질안전원을 설립하고 이를 시작으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학 사고 예방에 대한 장관의 적극적인 의지는 물론 이를 구체적인 제도로 이어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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