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건정성 규제 맞추려 '성격' 변경 움직임…금융당국선 반대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수협이 바젤Ⅲ 시행 요건을 맞추기 위해 갚아야 할 공적자금의 성격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키로 해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보다 강화된 은행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최소자본규제를 보통주자본비율(4.5%)과 기본자본비율(6%), 총자본비율(8%) 등으로 세분화해 만족해야 하는데, 수협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제공받았던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활용해 최소자본규제를 맞추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견해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5일 수협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협은 최근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을 주간사로 선정해 바젤Ⅲ 도입을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바젤Ⅲ 요건을 맞출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주간사의 주요 업무다. 수협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최근 3년 유예를 받아 2016년 12월부터 바젤Ⅲ를 적용할 방침이다.


수협이 바젤Ⅲ를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보통주자본비율이다. 자기자본비율이 10% 이상을 충족하는 상황에서 보통주자본 확충이 바젤Ⅲ 도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협은 현재 보통주자본이 전혀 없다. 수협이 조합 형태로 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바젤Ⅲ에서는 조합 출자금에 대해 조합원의 조합탈퇴 또는 상환요구시 모두 돌려주는 만큼 보통주자본이 갖춰야 할 영구성 요건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주식회사로 돼 있어 자본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수협은 출자금을 자본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구조로 볼 수 있다. 출자금 성격을 자본에 맞게 바꾸거나 이익을 꾸준히 쌓는 방법이 있지만 3년 안에 최소 확보비율인 4.5%를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수협과 주간사는 공적자금의 성격을 보통주로 바꾸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수혈 받은 1조1581억원 규모의 우선상환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보통주자본비율이 단숨에 5%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협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하지만 바젤Ⅲ 요건을 충족할만한 대안이 없다"면서 "공적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해수부와 수협의 입장에 대해 금융당국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선상환주를 바꾸게 되면 공적자금 회수에 차질이 빚어진다"며 "수용하기 힘든 안"이라고 밝혔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보통주로 전환한다고 해서 공적자금 회수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이익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회수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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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와 수협은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인 다음달 말까지 보통주자본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올해 안에 금융위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해수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적자금 상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미처리결손금을 갚아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수협의 미처리결손금 규모는 2001년 9800억원에서 지난해 1800억원까지 줄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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