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망명 조건제시...미국 인도하지 않겠다 못박아
미국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폭로하고 홍콩에 은신하다가 러시아로 도피한 스노든은 1일(현지시간) 현재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의 환승 구역에 9일째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은 “그가 이곳에 남기를 원한다면, 우리의 미국 파트너들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겨냥한 일을 반드시 중단해야한다는 한가지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스노든이 스스로 인권보호자이자 인권운동가로 느끼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가 아마 그런(미국에 해를 끼치는) 활동을 중단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머물 국가를 선택해 그곳으로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언제 그렇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스노든이 이미 스스로를 전직 정보요원으로 느끼지 않으며 (소련시절의 반체제 인사)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 같은 새로운 반체제 인사로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한번도 누군가를 어딘가로 넘겨준 적이 없으며 지금도 그렇게 할 생각이 없으며 다른 누군가가 우리에게 누군가를 넘겨준 적도 없다”면서 스노든을 미국에 인도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대외정보국(SVR) 요원들을 러시아에서 (간첩혐의로)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과 맞교환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소개했다.
푸틴은 지난주 핀란드를 방문해 한 기자회견에서도 스노든이 가능한 한 빨리 최종 목적지로 떠나는 것이 러시아는 물론 본인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앞서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날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스노든이 러시아 외교관들과 만나 15개 희망국을 지정한 망명 신청서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는 에콰도르가 (스노든에 발급했던) 정치적 보호에 관한 서류(난민증명서)를 부인하고 난 뒤 스노든이 취한 필사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