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작은 제값받기부터

제조사 횡포, 벼랑끝에 몰린 대리점
고압적 영업정책 눈치보기 악순환
경쟁시대 최고 구매포인트는 '공정성'


최근 남양유업사태를 통해 그 동안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갑을(甲乙)' 관계의 불편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불평등한 갑을관계는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한국 사회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꼭 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들은 아직 서툴러 보이기에 안타깝다. 인터넷에 연일 핫이슈로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5월 초부터 50여일이 지났지만 남양유업과 피해자협의회 간 갈등은 풀리지 않고 있다. 사측에서는 "영업환경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피해자협의회 측의 분노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국민의식', '시민의식'을 탓하는 게 아니라 갑과 을의 관행이 오랫동안 업계에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진단과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이다. 본지는 앞으로 6회에 걸쳐 공정한 가격을 기반으로 갑을 상생을 도모하는 해결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경쟁사와 자사 제품의 차별화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 시대에 공정성(Fairness)이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비자들은 원가가 얼마가 됐든 간에 남들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고 느끼면 만족해하고 남들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고 느끼면 분노한다는 이치다. 즉 맥도날드 빅맥세트가 한국에선 6달러에 팔리는데, 일본에선 5달러에 팔린다면 한국 소비자들은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甲乙, 공정가격이 해답]相生 대한민국, 공정 바람타고 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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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로 떠나는 비행기를 탔는데 옆 좌석에 앉은 사람보다 두 배나 비싸게 표를 샀음을 알게 됐다고 하자. 꿈에 그리는 휴양지에서 이미 상한 기분을 만회하긴 힘들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 기업은 적극적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공정함을 증명하려 노력한다. 한국에서는 매장시설을 일본보다 더 고급스럽게 한다든지, 6개월 전에 예약하면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납득시킨다.


최근 일어난 '갑을(甲乙)' 사태의 발단을 복기해보자.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제조원가는 치솟았다. 제조사 '갑'은 이런 원가 상승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가격인상의 유혹에 빠진다. 기존 '을'의 마진을 지키기 위한 최선책은 소비자 판매가를 인상해 보상받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압력과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실질 소비자 판매가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도 버겁다. 그래서 대리점들은 제조사의 원가부담과 호의적이지 않은 시장상황의 이중고에 허덕이다 결국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甲乙, 공정가격이 해답]相生 대한민국, 공정 바람타고 날자 원본보기 아이콘
예를 들어 대리점 김 사장은 출고가 5000원짜리 어린이 치즈 100개를 발주했다. 주 거래처의 경쟁업체 치즈 판매가를 고려해서 납품가를 4500원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 사장은 납품을 앞두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제조사로부터 최종입금가를 아직 통보 받지 못해서다. 혹여 개당 4400원을 입금해야 한다면 100원의 이익을 남기지만 4600원이 된다면 개당 100원의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사태를 들여다보자. 남양유업 사태가 발생한 후 남양유업은 인센티브와 영업활동에 2배 증액한 500억원 지원을 첫 번째 사과문을 통해 약속했다. 대리점인 을의 관점에서 갑의 매출증대만을 위해 사용된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에 갑은 공정한 가격을 담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인 '밀어내기'가 대리점들의 역마진을 염두해둔 '돌려막기'로 더 빨리 전환되고 이를 거두할 시에 제2, 제3의 조폭우유로 되돌아 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사들은 주문량과 거래방법에 따라 을의 최종입금가격이 공정하게 형성됐는지, 영업정책이 일관성 있게 작동하는지 진달이 필요하다. 즉 과거 주문대비 2배 이상의 예외적인 발주를 본사에서도 모니터링 해야 한다. 주문량이 갑자기 50% 이상 증가했다면 주요관리 대상이다.


창고가 가득 차 있고 더 이상 추가 물량을 소화시킬 수 없는 대리점주들의 고민은 한결 같다. 과거 실적대비 5∼10% 추가 물량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재의 부담스런 갑을관계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수많은 대리점주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대리점이 마진을 높이기 위해선 소비자로부터 제값을 받는 제품의 주문을 늘려야 한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소비로 연결돼 대리점 창고에 쌓인 재고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곧 반품까지 줄어들어 갑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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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이 출고될 시에는 특별 가격할인을 적용시켜 을의 부담을 대폭 줄여줘야 한다. 그리고 영업사원들은 대리점주들이 공정한 가격임을 믿을 수 있도록 욕과 강압이 아닌 투명한 정책과 숫자를 제공해야 한다. 대리점인 을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 범위 안에서 구매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조사인 갑은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김용현 와이프라이싱 파트너스(YPP) 대표는 "이번 사태를 업계와 전 산업계의 교훈으로 삼아, 대리점 및 중간유통업자 모두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과 솔루션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다시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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