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100일, 현오석-김중수 곰탕 회동을 곱씹어보다
새 정부 출범 100일 맞은 이날, 우려낼 수록 깊은 맛이 나는 곰탕집을 고른 건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었다. 양쪽 참모들은 "두 수장의 입맛과 음식의 특성, 아울러 곰탕이 상징하는 서민경제의 의미를 두루 고려해 곰탕집을 택했다"고 말했다.
뜨끈한 곰탕이 나오자 현 부총리는 김 총재의 곰탕에 파를 얹어주면서 식사를 권했다. 현 부총리는 김 총재의 경기고·서울대 3년 후배다. 나란히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자리를 넘겨받기도 했다.
배석자 없이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일자리 문제로 말문을 열었다. 현 부총리는 지난달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출장 당시 오간 대화를 소개하면서 "영국과 스웨덴 등 다른 나라들도 시간제 일자리를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고용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률을 올리려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김 총재도 "여성인력 활용은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현 부총리의 말에 동의했다.
불과 두 달 전 두 사람 사이에 오가던 냉기류는 떠올리기 어려웠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전인 지난 4월, 두 사람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나란히 옆자리에 앉았지만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따로 만나 식사한 번 함께할 법도 했지만, 양쪽 모두 "회의장에서 보는데 굳이 양자회동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조찬 회동은 취재진이 자리를 피한 뒤에도 약 한 시간 동안 계속됐다. 오전 8시 30분께 식사를 마치고 나온 현 부총리는 "정부와 한은이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상황을 긴장감있게 지켜보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하반기에 여러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상반기에 추진한)경제 정책의 효과가 잘 나타날 것인지, 점검할 것은 없는지 중앙은행에서도 정부에서도 평가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오갔다"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는 이어 하반기에도 "한 달에 한 번쯤은 시간이 맞는 날 만나 다른 메뉴로 식사를 함께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총재도 "대외적인 변화에 대해 얘기해보니 (현 부총리와)같은 생각인 걸 확인했다"면서 "현 부총리가 말한 긴장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그는 "대외적인 환경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 갈 수 있으니 긴장하며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장준우 기자 so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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