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장 방중에 첫 군용기 이용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국군 지휘부가 처음으로 군용기를 타고 중국을 방문했다. 우리 군 수송기가 지난 2002년 이후 다섯 차례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군 고위급 인사들을 태우고 중국 하늘을 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낙규 기자의 Defense Club 바로가기

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중군사회담을 위해 우리 군은 정승조 합참의장과 원태호 합참전략기획본부장을 비롯한 육ㆍ해ㆍ공군, 해병대 장성을 포함한 15명으로 구성됐다. 방중 군사대표단이 대규모로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군 대표단은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C-130 수송기를 이용해 중국베이징에 도착했다.

엔진 소음과 한시도 쉬지 않고 덜덜거리는 기체 때문에 수송기로 장거리 비행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군 대표단이 수송기를 타고 2시간 30분을 비행해 중국 서우두(首都) 공항으로 이동한 것은 정 의장의 제안으로 가능했다. 정 의장은 북한의 군사도발 등 유사시 군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지휘통신체계가 갖춰진 군용기를 선택했다.

군 관계자는 "수송기에는 통신장비가 있어 북한 도발 등 위급 상황이 생기면 즉각 지휘조치가 가능하다"면서 "특히 중국과 비행거리가 짧고 군용기라서 즉각 회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됐기 때문에 양국의 신뢰관계를 부각하자는 뜻도 있다고 한다. 중국 측도 우리 측의 군용기 방문 제안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흔쾌히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군 고위급 인사가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군용기를 타고 가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면서 "상호신뢰 관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공군 전투기는 대표단이 탄 수송기가 서해 상공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근접할 때까지 공중 엄호 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2002년 9월 공군 사관생도의 항법훈련 등으로 C-130, CN-235 수송기를 베이징과 상하이에 파견한 데 이어 2008년 5월에는 8만7587명의 사망자를 낸 쓰촨성 대지진 때 구호물자를 실은 C-130 수송기 3대를 보냈다.

중국과의 군사회담 인연은 2005년 김관진 현장관이 3군사령관 시절 중국제남군구와 교류를 시작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2007년 5월에는 김관진장관이 합참의장 재임시절 당시 량광례 중국군 총참모장과 처음만나 양국국간 군사 핫라인 개설합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 오산에 있는 공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중국 산둥성을 담당하는 지난(濟南)군구 방공센터에는 2008년 11월24일부터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