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 예술시장 공동체...매달 첫째주 토요일마다 아트마켓, 책 시장, 거리공연 등 열려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지난 해 8월부터 우리나라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고 있는 타티아나(콜롬비아)는 손재주가 좋아 틈틈이 귀걸이 반지 팔찌 목걸이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친구 귀뜸을 받고 정동길에서 열린 돌예공 아트마켓 프로그램에 참가해 팔아 원가 이상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이정화(망우동)씨는 공방을 운영하는 3명과 함께‘지문트리’부스를 설치했다. 지문을 이용해 기념작품을 만드는 부스다. 본인이 직접 만드는 세계에서 유일한 작품이다 보니 가족 또는 연인끼리 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6월의 첫째 토요일인 1일 덕수궁 돌담길은 이렇게 직접 만든 작품들을 판매하거나 본인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부스가 설치돼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와 함께 한 켠에서는 피아노 음악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채색된 2대 피아노엔 학생들이, 젊은 여성들이, 때로는 나이든 중년의 신사가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했다.

오후부터는 언더그라운드 가수인 세정과 이란이 키보드와 기타로 연주한 길거리 공연인‘버스킹’이 눈길을 모았다. 한양대 학생들로 이뤄진 한양멋쟁이 팀도 1시간 동안 공연 가져 하루 내내 정동길은 음악으로 뒤덮혔다.


간이 공연장 옆에 마련된 책시장은 따가운 햇볕을 피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를 수 있는 곳이었다. 위즈덤출판사에서 갖고 온 1000여권 이상의 책들은 종류가 다양한데다 판매가도 저렴해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온 학부모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 모든 행사는 중구(구청장 최창식)가 지난 5월부터 시작한 돌예공 프로그램이다.


돌예공 프로그램은 ‘덕수궁 돌담길 예술시장 공동체’를 뜻하는 것으로 중구와 명동댄스나이트를 만든 (주)상상공장이 함께 기획한 문화프로젝트다.


정동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문화자원인 덕수궁 돌담길을 활용해 중구만의 문화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살아 숨쉬는 정동길을 단순히 걷기 좋은 산책로에서 책과 사람, 예술이 함께하는 더 좋은 거리로 발전시켜 관광명소로 조성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매달 첫째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돌예공 프로그램은 아트마켓, 책시장, 거리공연이 주요프로그램이다. 월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순환적으로 진행한다.

중구 정동 돌공예

중구 정동 돌공예

AD
원본보기 아이콘

이번 6월 돌예공 아트마켓에는 33개팀이 참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지난 5월4일부터 5일까지 처음으로 열린 아트마켓에 참가한 팀들이다. 당시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다시 참여한 경우다.


참가자들은 상상공장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을 받는데 참가비는 2만원에 불과하다. 탁자나 전기를 원하는 경우 추가 비용이 들지만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다.


대부분 본인들이나 본인들이 속한 공동체 등에서 직접 만든 물품을 가지고 나왔다. 똑같은 제품들 대신 각기 다른 디자인의 제품들이 큰 인기를 모았다.


특히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부스에 사람들이 몰렸다.


지문트리를 운영하는 이정화씨는 “5월에도 아트마켓에 참여했는데 어린이날과 겹치는데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있어서 가족이나 연인들이 많이 와 기념작품을 만들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한 변유정씨는 공방에서 직접 만든 가방, 악세사리, 머리띠, 인형 등을 갖고 나왔다. 그는 “나이 드신 분들 보다는 개성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네요”라고 답했다.


정동길 인근의 회사들이 토요일에 쉬다보니 직장인들보다는 근대문화유산이 풍부한 정동에 대한 관심으로 역사문화 탐방길에 들른 사람들이 정동길 돌예공을 많이 찾았다.


고등학교 1학년 큰애와 함께 왔다는 이지연(광장동)씨는 “중명전이나 구러시아공사관 등을 둘러보기 위해 왔는데 이런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볼거리가 많아 아주 좋네요”라고 말했다.


친구와 열심히 지문트리 작품을 만든 유아름(신림동)씨는 “예전에도 가끔 정동길을 찾았는데 돌예공은 처음 봤어요. 그전에는 정동길이 정적이고 생동감이 없었는데 돌예공을 하니까 살아있는 느낌이 나요”라고 밝혔다.


돌예공 프로그램은 기획단계부터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활용했다. 상상공장 돌예공 대학생 기획단인 ‘예공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20명 정도의 회원들이 매주 화, 금요일 회의를 갖는데 우리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아이디어가 아주 풍부해요.”


상상공장 기획팀 매니저인 이지현씨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 6월 돌예공의 주제를 추억으로 정하고 70~80년대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하는‘돌예공 사진전’, 친구들과 사이좋게 나눠먹던 그 과자를 다시 맛보는‘돌담길 추억장수’ 등을 선보였다. 땅따먹기 딱지치기 등 추억의 놀이를 재현하고 돌담길 아래서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엽서’등을 기획했다.

AD

특히 세상에 하나뿐인 엽서는 엽서 종이나 디자인 문구 재단까지 예공이 회원들이 직접했다. 시민들은 그 엽서에 본인의 글을 쓰기만 하면 됐다.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엽서를 우편으로 보낼 예정이다. 40대 남성이 썼다는 한 엽서의 내용은 코너 위에 전시돼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돌담 앞에서 너를 그리는 일은 너를 본 그날처럼 날 설레이게 한다.’


최창식 구청장은“낮에는 정동에서 책과 예술을 향유하고, 밤에는 명동 나이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명동으로 모이는 새로운 문화브랜드를 만들어 서울의 대표축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