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손대는 고용부···대화협의체부터 난항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고용노동부가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통상임금 문제는 다양한 갈래로 해법을 모색해볼 수 있다. 통상임금의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기본 입장은 정해졌다. 고용부는 노사정 간 대화를 통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의 범위를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불참의사를 내비친 터라 대화협의체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고용부는 지침을 통한 행정해석으로 통상임금 산정규정을 결정해왔다. 우선 고용부는 1임금 산정기간(1개월)내에 계속 지급된 경우에만 정기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근로의 대가성이 없는 식대보조비 등 생활보조수당, 복리후생적 금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왔다.
그러나 고용부의 행정해석과 달리 대법원의 판결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계속적으로 넓혀왔다. 1996년 2월 '체력단련비 소송' 판결을 통해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더라도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될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고 지난해 3월 금아리무진 근로자의 소송에서는 분기별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산정기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내렸다.
고용부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생활보조적, 복리후생적 금품에 대해서도 1995년 이후 정기성ㆍ고정성ㆍ일률성이 있으면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대법원의 연이은 판결에 대해 고용부는 일단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일 방하남 장관은 "대법원 판례가 계기가 되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 범위에 산입돼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번 판결들이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면 대법원에서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으로 일률적으로 판결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고용부가 추진하는 통상임금 제도개선 방향은 대법원의 판결보다는 좁은 범위일 수 있다. 제도 개선이 시행령을 개정하는 선에서 이뤄질지 법률을 개정하게 될지는 좀 더 고려해봐야 한다. 통상임금에 대한 규정은 현재 법률상에는 규정이 따로 없고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담겨 있다.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통상임금 규정을 바꿀 수 있다. 이 경우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개정이 가능해 좀 더 쉬운 방법이지만 대법원이 개선된 시행령을 판결의 기준으로 삼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된다.
통상임금 산입범위 조정 뿐 아니라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손 볼 가능성도 있다. 방하남 장관은 "전체임금에 대한 고려없이 통상임금 범위만 바꾸면 근로자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사이의 양극화 심화, 노동시장과 고용구조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통상임금에 관한 법령정비와 더불어 기업의 인사노무 관리시스템 및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부가 제도 개선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통상임금 관련 노사 간 공통분모를 찾는 일이다. 국회를 거치든 시행령을 개정하든 직접적인 당사자인 노사 간 합의가 없으면 대립은 수그러들 수 없다. 방하남 장관이 노사정 대화를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노동계는 협상테이블에 들어올 생각이 없고 고용부는 적절한 유인책이 없어 대화협의체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20일 논평을 내고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결국 통상임금의 범위를 좁히자는 정부의 대책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불참의사를 밝혔다. 재계는 대화협의체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나 기존 입장을 굽힐 생각이 없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임금수준과 통상임금 산입 범위를 결정해왔다"며 "타협안을 내서 3년치 소급분이 아니라 1년치 소급분만 받자는 식으로 해결할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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