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계약 빼돌린 배임, 손해는 당초 계약금액 전액”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계약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배임죄를 저지른 경우 회사의 손해는 정상적인 계약 기회가 사라진데 따른 계약금액 전액으로, 사후적으로 챙기지 못한 이익이라고 해서 손해에서 공제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업무상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7)씨에 대해 징역8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대법원은 “회사의 재산상 손해는 김씨의 배임행위로 인해 회사의 금형제작·납품계약 체결기회가 박탈됨으로써 발생하고, 계약을 체결한 때를 기준으로 해당 금형제작·납품계약 대금에 기초해 산정해야 한다”며 “대금 가운데 사후적으로 발생되는 미수금, 계약해지로 인해 받지 못하게 되는 나머지 계약대금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제할 것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인천에서 금형제작업체 S사를 운영하던 중 재정난에 빠졌다. 마침 금형·사출업체 D사가 수주량을 늘이려 하자 김씨는 D사 영업을 전담하겠다고 제의하며 영업수익 절반을 받기로 했다.
김씨는 D사 부사장 직함을 쓰면서 계약과 납품은 모두 D사 이름으로 하되, 생산의 50%는 S사가 맡고 지급정산은 D사 기준에 따르기로 2008년 1월 합의했다. 5개월 뒤 김씨는 S사를 닫고 대신 처남 이름으로 D사와 비슷한 이름의 업체를 차렸다.
검찰은 2008년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1억 6360만원 규모 계약을 새로 차린 업체로 빼돌려 D사에 손해를 가한 혐의로 2010년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D사 대표가 유사 사명 업체로 사업자등록을 허락하고 금형제작 수주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그러나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김씨가 무단으로 독자적 사업에 나서 D사에 손해를 가한 것으로 결론내 징역8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김씨는 D사에 가한 손해는 제작비용과 본래 자신이 챙길 몫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고, 미수금이나 계약이 해지돼 받지 못한 돈도 제외되어야 하는데 1심은 계약금액 전액을 재산상 이익 및 손해로 인정했다며 항소했다.
2심은 “배임행위로 계약을 체결해 그 계약으로 얻은 이익은 전액 배임죄의 ‘재산상 이익’이 되고, 제작비용이나 사후 정산금을 재산상 이익에서 공제할 수 없다”면서도 미수금과 계약해지 미실현이익 부분은 김씨가 이득을 얻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1억 570여만원에 대해서만 배임죄를 인정했다. 2심은 다만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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