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패밀리'…가정사 넘어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최근 서울 강남 부유층 자녀들이 '역삼패밀리'라는 조직을 결성해 또래 학생들에게 폭력, 갈취를 일삼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이번 사건의 주동자 격인 학생 중에는 판사, 의사, 변호사, 공기업 간부 등 사회고위층 또는 부유층 자녀가 포함돼 있어 화제가 됐다. 사건에 연루된 부유층 자녀들은 "부모가 공부하라고 강요하고 다그치는 것이 싫어 가출을 반복했고 그러다보니 폭력과 갈취를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부유층 자녀가 왜?"= 부모의 연봉이 높고 사회 고위층일수록 자녀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겠지만 정신적으로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저 아이는 누구의 자녀이니 미래가 기대된다"라든가 "저 아이는 누구의 자녀인데 왜 저래?"라는 식의 선입관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주위의 부담스러운 시선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잘못을 저지르면 아이 스스로도 위축될 뿐만 아니라 부모는 공개적으로 노출될까 우려해 자녀의 잘못을 쉬쉬하고 덮기 급급하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부모와의 관계다. 어릴 적부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지속적으로 파악해 자녀의 관심과 흥미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줘야 한다. 특히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에는 이미 성격이 굳어져 있어 태도 개선에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교 가기 전 유아기 때부터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이어 나가고 지속적인 행동 교정을 해줘야 한다.
◆자녀와의 대화 부족…가정 문제가 아니다= 과거 부모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무의식적으로 쌓여 있다가 신체적으로 성장하고 사고가 발달한 청소년기에는 문제 행동과 분노 폭발이 시작될 수 있다. 분노는 곧 사회를 향해 표출돼 '문제아'가 되거나 스스로에게 표출돼 우울증이나 자살충동을 겪게 된다.
이번 사건은 주변의 기대에 대한 부모와 자녀의 스트레스, 부모의 일방적 의사전달 방식에서 비롯된 가정의 소통 부재가 결국 사회 문제로 번지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소년 문제가 더 이상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가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충분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탄력근무제, 육아휴직과 같이 다양한 국가 정책이 마련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부모 교육, 자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마련 등 더 나은 가정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시행돼야 한다. 정규직이나 고위층조차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과의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서, 청소년 문제의 개별적 해결책 강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해결에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도움말: 정선용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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