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담철곤 회장 유죄 확정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담 회장에 대해 징역3년에 집행유예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담 회장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사실을 인정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담 회장은 거액 회사자금을 빼돌리고 이를 마음대로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11년 6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회사자금으로 140억원 어치 그림을 사들여 집을 꾸미고 위장계열사 자금으로 리스하거나 사들인 고급 외제차량에 자녀들을 태워 학교에 보내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주방 담당 등 자택 관리인력을 계열사 직원처럼 꾸며 20억여원의 관리비도 회삿돈으로 부렸다.
담 회장이 받은 혐의 곳곳엔 위장계열사 I사가 등장한다. I사의 차명 지분을 사들일 목적으로 홍콩에 세운 유령회사 P사에 I사 중국 자회사 자금 19억원을 빼돌리고, 다시 자회사 지분을 P사에 헐값에 팔아치우며 회사에 31억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이다. I사는 담 회장 부부가 지분 76.66%를 보유한 실소유주로 전해졌다.
담 회장 집과 맞닿은 땅에 세워진 I사의 서울영업소는 실상 가족 갤러리, 창고 등으로 사용됐음에도 8억원 상당의 임대료를 물지 않았고, 오히려 I사 자금 3억여원을 들여 영업소 건물에 개인서재 등이 갖춰지도록 구조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소 관리 5억여원은 물론 I사가 부담했다. I사 임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38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담 회장을 사법처리할 당시 중국 현지에서 잠적해 기소중지한 I사 북경대표처 신모 전 대표 (48)가 지난해 자진귀국함에 따라 올해 초 재판에 넘기며 사실상 오리온 비자금 수사를 마무리했다.
앞서 1심은 “투명하고 합법적인 기업경영을 하여야 할 무거운 사회적·법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계열사 기업들을 사유물 취급하여 사익 추구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어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담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횡령·배임액이 285억원 정도에 이를 정도로 큰 금액인 점 등을 보태 죄절이 매우 불량하다 아니할 수 없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건강성과 자정능력, 법치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훼손하였다는 측면에서도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어진 2심은 그러나 “I사 관련 범행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경민 전 사장(54) 등이 주도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액을 모두 갚은 점, 향후 윤리경영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다짐을 하고 있는 등 개전의 정이 있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지난해 1월 징역3년에 집행유예5년을 선고해 담 회장을 풀어줬다. 담 회장은 두달 뒤 3년 임기 대표이사 연임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조경민 전 사장도 1심에서 징역2년6월을 선고받았지만 담 회장과 나란히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조 전 사장은 반년도 채 못 돼 스포츠토토 등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다시 구속기소됐고, 지난해 말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갤러리 서미 홍송원 대표도 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인물 가운데 하나다. 홍 대표는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4년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홍 대표는 조경민 전 사장이 팔아달라고 맡긴 미술품들을 갤러리 서미 것인 양 담보로 내놓고 대출을 받아 90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자금 5억 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 대표 역시 2007~2010년 고가 미술품 및 고급 수입가구를 거래하며 세금 수십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고발당해 출국금지 조치와 더불어 다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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