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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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라는 말이 생겨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출산과 육아 문제 때문일 것이다. 사회에서는 체제의 존속을 위해 삶의 한 과정으로서 결혼, 출산, 양육을 손쉽게 개인의 의무로 돌린다. 많은 미디어에서도 행복한 가정의 조건으로 이 조항들을 내세우면서 판타지를 조장하지만 현실은 마냥 기쁨과 보람과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


프랑스 영화 '해피 이벤트'에는 한 커플이 등장한다. 똑똑하고 독립적인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는 DVD 대여점에 갔다가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영화감독 지망생 '니콜라스(피오 마르마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달달하고도 로맨틱한 시간은 잠깐, 둘의 관계는 바바라가 임신을 하면서 확연하게 달라진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출산'은 바바라에게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다. 달라진 몸도 몸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해지고, 예민해지기 일쑤다. 철학을 전공하는 그녀의 커리어도 차질을 빚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바바라를 '여자'가 아니라 제3의 성을 가진 몬스터처럼 대한다. 이렇게 힘들게 낳은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 고통이다. 밤낮으로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언제나 기진맥진해있고, 그러면서도 순식간에 아이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 집안일에 소홀한 남편과도 계속해서 험악한 분위기만 연출된다.


"뭘 해도 기쁘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속이 뻥 뚫린 것 같다"고 고백하는 바바라. 그리고 예쁘게 웃어주던 여자친구가 아내이자 엄마가 되더니 잔소리와 독설을 퍼붓는 딴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에 대해 속상한 '니콜라스'. 영화는 '사랑'이 현실과 마주할 때 두 사람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린다. 실제로 제작진은 프랑스에서 이혼한 부부의 25%가 첫 아이를 낳은 직후 이혼을 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영화를 찍기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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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프랑스의 대표 여성 작가 엘리에트 아베카시스의 '행복한 사건'이다. 탁월한 심리 묘사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아기의 탄생'이란 사건을 지극히 이성적으로 접근해 사랑의 본질을 파고든다. 영화 역시 남성보단 여성적인 시각이 많이 반영됐지만 레미 베잔송 감독이 자신의 오랜 연인이 바네사 포털과 공동으로 각색 작업을 해 최소한의 남녀간 균형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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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만 가슴 뭉클한 장면도 종종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바바라가 딸 '레아'와 처음 만나게 된 그 순간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이어지는 바바라의 모유 수유에 대한 집착은 웃음을 자아내고, 화끈하고도 쿨한 바바라의 어머니의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바바라와 니콜라스의 관계가 지쳐 빛바래질 때다.


실제로 바바라 역을 맡은 루이즈 보르고앙은 출산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임신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온갖 질문을 퍼붓기도 하고, 진통이 올 때의 호흡법을 배우기 위해 다른 임산부들과 출산 수업을 듣는 노력을 통해 극의 사실성을 더했다. 레미 베잔송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한 커플이 부모가 되고 가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며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실제 상황 사이의 간극이 상당하는 것을 흥미롭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이나 프랑스나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힘든 일임을 영화는 증명한다. (25일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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